경제학 박사, 전 통계개발원장
20세기 이후에도 몇 번의 팬데믹이 발생하였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되어 2500만~5000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하며, WHO가 팬데닉을 선언한 1968년의 홍콩독감은 100만 명, 2009년의 신종플루는 약 2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들 사태와 비교한다면 아직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영향은 이전에 발생한 팬데믹에 비해 이번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의학 등 과학의 발전은 물론,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부·방역당국·시민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원활화, 감염경로의 추적 등 사회적 대응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더 커진 것은 인간 생명 및 생활조건, 보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훨씬 진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데다, 감염자가 얼마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공포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지만 지금 감염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일매일 세계의 확진자 수가 집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 대비 피검사자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현실에서 실제 감염자 수는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인구 대비 피검사자 수가 가장 많다는 우리나라조차도 41만 명으로서 전체 인구의 0.8% 수준이다. 코로나19 감염자 중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가 80% 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말을 빌린다면 실제 감염자는 통계상의 확진자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2일 기준 세계 확진자 수는 9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되고 있는데, 이는 2018년 세계 인구 약 76억 명의 0.01%를 조금 웃도는 숫자로 1만 명 중 1명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 수는 1만 명당 2명, 중국 0.6명, 미국 59명, 이탈리아 16명, 스페인 18명, 독일은 8명 정도이다. 이렇게 숫자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 비해 감염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검역당국에 의해 파악되지 않은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현상을 숫자로 파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표본조사를 하는 것이겠지만, 전염병이 갖는 특성상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실태를 대표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필자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입국자들이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해외로부터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자에 대해서는 거의 전수 검사를 하는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 하루 입국자가 7000~8000명이며, 그 가운데 확진자 수는 20~50명이라고 한다. 이를 간단히 계산해보면 전체 입국자 대비 확진자 비율은 0.3~0.7%로, 인구 1만 명당 30~70명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상의 세계 확진자 수에 비해 엄청나게 큰 숫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입국자 통계만으로는 그 표본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세계의 확진자 수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입국자 검사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이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정보를 공유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실태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통계정보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