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이사장 “남은 생 반성하고 좋은 일 하겠다”
운전기사와 경비원을 상습적으로 폭언ㆍ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재판장 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이사장의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자신의 지배 아래에 있던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폭행한 사건으로, 특히 피해자들은 운전기사와 자택 종사자 등으로 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피해자들이 폭력과 욕설 등을 참았던 이유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이유는 청소를 제대로 못 한다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폭력을 행사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결국 이 사건은 이 전 이사장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생계 때문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폭행을 당해왔던 것으로서 이는 전형적인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이사장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일이 부덕의 소치로 일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저의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남편 사망 1주기로 2018년 4월 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저는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었고, (회장님이)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나쁜 생각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저희 아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고, 저 역시 또 다른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남은 생애 반성하고 좋은 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2017년 4월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9명을 상대로 22차례에 걸쳐 고성을 지르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져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다음 달 6일 열기로 했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이 전 이사장이 불복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더불어 이 전 이사장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