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차 인기에 3월 내수 한국지엠 39%, 르노삼성 83% 늘어…디자인ㆍ개발부터 소비자 고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XM3가 기대 이상의 초기 실적을 거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차 업계가 수요 절벽을 우려 중인 상황에서도 탄탄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잘 만든 제품’은 언제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공식이 증명된 셈이다.
8일 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달 3187대가 내수 시장에 판매됐다. 한국지엠이 보유한 차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그간 한국지엠은 경차 스파크가 수년째 월 최다 판매 차종 지위를 유지해왔는데, 이 자리를 트레일블레이저가 단숨에 꽤찼다.
1월 17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 차는 2월 초 출고를 시작한 뒤에도 계약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휴업 없이 공장을 100% 가동해 수요를 맞췄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활약으로 한국지엠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39.6%, 전월보다는 80%나 늘었다.
주목할 점은 수출 물량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 시장 수출용도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한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된 수출용 트레일블레이저는 1만5000대에 달한다. 내수와 수출 실적을 합치면 월 2만 대 가량을 판매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셀토스나 XM3와 비교해 내수 판매량이 적다는 말도 있지만,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좋은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르노삼성차 XM3도 초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XM3는 2월 2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뒤 한 달 만에 누적 계약 대수 1만6000대를 넘어섰다. 창사 이래 가장 빨리 사전계약 1만 대를 돌파한 사례다.
지난달 XM3의 판매량은 5581대로 회사 전체 내수(1만2012대)의 절반을 책임졌다. 그 덕에 르노삼성차의 3월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83% 늘었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트레일블레이저와 XM3가 준수한 실적을 거둔 데에는 한국 소비자를 고려한 상품성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양사는 트레일블레이저와 XM3의 초기 개발과 디자인, 생산을 모두 한국에서 진행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과 GMTCK(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개발을 주도했다. 회사 측은 도심형 SUV를 지향한 차종이라 인구가 밀집된 국내 수도권이 차를 개발하고 테스트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XM3도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했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을 주도했고, 화면이 아닌 다이얼로 조작하길 좋아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공조 장치를 별도 버튼으로 마련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화하려 노력했는데, 실제로 세로형 9.3인치 디스플레이를 기본으로 갖춘 최상위 트림이 사전계약 고객 74%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는 두 회사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외자계 3사는 현대ㆍ기아차와 비교하면 내수 판매량이 적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승용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44.4%, 35.3%를 차지하며 점유율 79.8%를 보였다. 나머지 20%를 △한국지엠(5.3%) △르노삼성(6.4%) △쌍용(8.3%)이 나눴다.
파이가 적은 3사는 신차 한 대의 인기에 회사 전체의 실적이 좌우된다. 쌍용차 티볼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티볼리 한 대로 9년 만의 흑자를 거둔 바 있다. 내수 판매 확대가 시급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장기간 한국 소비자를 고려한 신차 개발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관건은 초기 실적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다. 현대ㆍ기아차가 연이어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자 티볼리 판매량이 감소한 것처럼 비슷한 경쟁 차종이 늘어나면 지속적인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정적인 수출 물량 확보도 중요하다. 르노삼성차는 줄어든 닛산 로그 위탁 물량을 XM3로 대체하려 한다. 르노 본사로부터 수출 물량을 받아내야 회사 실적의 안정적인 반등도 가능할 전망인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과의 교섭 타결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