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ㆍ스타트업 관할 중기부, ‘배민’ 수수료 갈등 어떻게 풀까

입력 2020-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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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과도한 영향’ 기준 어떻게 설정할지 관점 따라 달라”

▲차정훈(왼쪽부터)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 박영선 중기부 장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사진제공=중기부)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하면서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모두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수수료 체계 개편과 관련한 데이터를 받아 본 뒤 팩트 체크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아한형제들이 영업기밀을 어디까지 내줄지, 중기부가 어떤 기준으로 이를 분석할지 미지수다.

9일 중기부는 최근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소상공인의 주장과 배달의민족 측 주장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또, 배달의민족이 향후 수수료 개편에 따른 영향을 정리해 중기부에 제공하면 이 역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다만 중기부 관계자는 “들여다보는 관점에 따라 수수료 개편이 ‘과도한 영향’을 끼쳤는지 아닌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소상공인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물가 상승률 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정부가 이를 지적하기 모호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과도한’을 얼만큼으로 설정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배달의민족과 소상공인, 양쪽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정책을 관할하는 중기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중기부에 제출하는 자료가 얼마만큼 자세할지에 관한 부분도 아직은 모호하다고언급했다.

그는 “영업기밀을 어디까지 줄지 모르는 일”이라며 “제출하는 자료에 따라 파악하는 정도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공공 앱을 만드는 문제에 관해서는 “군산의 ‘배달의명수’ 경우 지난달 출시했는데 출시 준비는 6개월 이상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달 1일 배달의민족은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 소상공인 업계는 매출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면서 소상공인의 순이익이 줄어든다고 주장했고, 이 같은 반발에 6일 배달의민족은 사과문은 발표했다.

같은 날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 논란에 관해 “배달의민족에 데이터를 요청해 놓았고, 통계를 받아 본 뒤 팩트 체크를 하겠다”고 했다.

공공 배달 앱 개발 요구가 높은 데 관해서는 “정부가 과연 여기까지 해야 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며 유보적인 태도을 취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태도는 중기부가 안고 있는 딜레마에서 비롯한다.

중기부는 소상공인과 스타트업ㆍ벤처 기업을 동시에 관할하고 있는 부처로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려운 처지다.

이 때문에 3년 여 전부터 불거진 소상공인과 배달 앱을 포함한 O2O 플랫폼 간 갈등에서 중기부는 적극적인 중재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8년 국정감사 때도 국회의원들의 질타로 중기부는 O2O 서비스와 소상공인의 거래 관행 개편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시 실태조사는 했지만, 대응책을 내놓기 전 배달 앱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내놔 중기부 차원의 발표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중기부는 소상공인과 배달의민족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고 있지만, 그간 박 장관의 발언은 배달의민족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배민으로부터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박 장관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났는데, 수수료를 올린다든지 하는 것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뒤 불과 석 달이 채 안 돼 수수료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박 장관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성급했음이 입증됐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중기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플랫폼 산업의 수수료 문제에 관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단순히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간 갈등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벤처의 본질에 관해 고찰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소관 부처로서 중기부가 중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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