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기업어음(CP) 발행금액이 전월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CP 발행금액은 21조2472억 원으로 전월(15조8375억 원)보다 34.1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증권업종에서 발행금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의 CP 발행금액은 1조3000억 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전월(500억 원) 발행금액 대비 26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조100억 원), 미래에셋대우(1조 원), 하나금융투자(6050억 원), 삼성증권(3700억 원) 등이 지난달 CP 발행금액 상위권을 차지했다. 증권사들의 CP 발행금액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면서 CP를 바랳ㅇ해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며 “3월 중순 이후 단기자금 수요가 많아진 상황에서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지수가 폭락하자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대거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조 단위로 추정되는 마진콜이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KB증권(A3), 한국투자증권(Baa2), 미래에셋대우(Baa2), NH투자증권(Baa1), 삼성증권 (Baa2), 신한금융투자(A3)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전날 밝혔다.
일반 기업에서는 정유사들의 CP 발행이 늘었다. 지난달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발행금액은 각각 8750억 원, 78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각각 236.54%, 73.33% 증가한 수준이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CP 발행금액이 늘어난 것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업황 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원유 수요 등이 부진한 데다 정제마진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석유제품을 팔면 적자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정부의 시장 안정책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CP 발행금액은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4월 첫 주(3월 30일∼4월 3일) CP 발행 금액은 4조635억 원으로 전주의 5조8582억 원보다 30.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