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특별대출지원 정부와 협의 중..CP·회사채 매입 연준방식 지원가능..기준금리는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확산)에 올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가 0%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융시장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는 소위 리세션(recession)이라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도 훨씬 더 충격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앞서 한은은 올 성장률과 물가가 2월 전망치(각각 2.1%, 1.0%)를 상당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규정하고 있는 한은법 80조를 활용해 증권사에 대한 특별대출과, 기업어음(CP) 혹은 회사채를 매입방안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 방식을 통해 신용시장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중”이라며 “연준이 그랬듯 정부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설립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이는 각각 정부가 보증을 하거나, 미 연준(Fed)처럼 정부가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SPV를 설립할 경우 한은은 한은법 테두리 안에서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은은 이 같은 방식으로 종금사와 은행, 증권금융, 신용관리기금, 산업은행 등에 특별대출을 실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한은 공개시장운영 중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기존 국고채와 정부보증채에서 산업은행 산금채, 중소기업은행 중금채, 수출입은행 수금채 등 특수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MBS)까지로 확대했다. 한은이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와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정부가 보증하지 않은 예금보험공사 예보기금특별계정채권을 추가했다. 이밖에도 한은은 10일 금융회사의 채권매수여력 확충을 위해 1조5000억 원 규모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키로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1조5000억 원 규모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다. 이달 20일 임기만료가 예정된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마지막 금통위에도 불구하고 25bp 금리인하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