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한우물 판 국내 유일 제조업체로 美 FDA 긴급사용승인 획득…수출국 40여개국으로 늘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 세계에 인공호흡기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국내 유일 인공호흡기 제조기업인 멕아이씨에스의 김종철 대표는 12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국 EUA 허가 소감을 밝혔다.
1998년 설립된 멕아이씨에스는 20여 년간 인공호흡기 연구개발에 몰두하며 중환자용 의료기기 시장 개척자로 자리 잡아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0%가량 늘어난 128억 원인데 이번 EUA 승인에 힘입어 2015년 코스닥 상장 이후 5년 만에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FDA는 7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멕아이씨에스의 인공호흡기 제품 ‘MTV1000’의 긴급승인허가를 공개했다. ‘MTV1000’은 환자의 체내 산소농도를 100%로 높여주고 호흡기 보조와 기계적 호흡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맞춤 설계된 제품이다.
김 대표는 “파트너사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논의한 끝에 이동형 인공호흡기 MTV1000으로 결정해 EUA 신청을 진행했다”며 “이미 CE 마크 획득, ISO국제표준 등에 맞춰진 제품이라 EUA 신청부터 승인까지 3일 만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용 방호복과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등 주요 개인보호장비(PPE) 수출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체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한 인공호흡기 회사가 전 세계에 10여 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장벽이 높은 데다 특수 부품은 대부분 주문제작형이다 보니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중환자용 인공호흡기의 연평균 전 세계 수요량은 10만 대가 되지 않으며 독일 드래거(Drager)사 같은 세계 1위 업체조차 대량 양산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생산환경 탓에 한 대당 2000만 원 선이던 인공호흡기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웃돈이 얹어지며 대당 7000만~8000만 원까지 시장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그는 “각국 정부가 방역용품 물량 확보에 나서는데 생산량 확대가 쉽지 않다 보니 인공호흡기 제품도 프리미엄이 얹어지며 거래된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우리도 제조라인 및 서비스 유지관리가 가능한 파트너사를 선별해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아이씨에스의 수출국가 역시 기존 25개국에서 최근 4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별 다수의 공장 운영이 멈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다”며 “평시 공급량보다 10배가 늘었는데도 수요를 맞추기 힘들어 위탁생산이 아닌 공동생산 체제로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별 수출 물량 배분으로 미국은 생산량의 10분의 1 정도 할당될 전망이며 첫 제품 출하는 5월 초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품질관리를 갖추며 최대한 생산물량을 확대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에 힘을 보태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장비인 만큼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총동원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Solutions)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19년 이후 연평균 6.3% 성장해 2022년 4868억 달러(590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8.0%의 성장세를 기록한 국내 의료기기 시장 역시 2018년 6조8179억 원 규모로 2017년 대비 10.0% 커졌으며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