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봉이 소설 속 얘기만은 아니다. 총선을 앞둔 여의도에도 오락가락 여의봉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 부문만 해도 그렇다. 지난달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공약하고 나섰다. 종부세 부담에 불만이 많은 강남권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은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감면ㆍ장기 실거주자 완전 면제 등을 약속하고 있다.
세(稅) 부담을 덜어 주는 종부세 개정안은 지난해 상반기 일찌감치 발의됐다. 그러나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올 초만 해도 여당 지도부는 정부의 종부세 인상 드라이브에 힘을 보탰다. 그랬던 여당이 태도를 바꿨다.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종부세 부담 완화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약속이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이라 믿고 싶어도,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미래통합당 공약집엔 저소득층 등을 위한 주거 복지 계획이 빈약하다. 대신 정부ㆍ여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신도시, 종부세, 대출ㆍ청약 규제에 화력을 집중했다. 통합당 공약집에서 그나마 주거 복지를 언급한 구절은 '사회주의식 공공임대 주택' 정도다.
공공임대주택은 보수 정권도 놓지 않았던 주거 정책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만 공공임대주택이 약 52만 가구 공급됐다. 대출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주거 복지기 때문이다. 주거 복지를 정략적인 이유로 포기한다면 선거 전략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치명적인 퇴행이다.
여의봉만 믿고 으스대던 손오공은 결국 석가모니 손에 붙잡혀 500년 동안 바위산에 갇혀 있어야 했다. 내일이 총선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여의봉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누굴진 유권자가 가려낼 것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