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울어?”
이 오싹한 기시감은 뭐지? TV 속 한 가수의 열창에 엄마가 눈물을 흘립니다. “잘했다 잘했어. 멋있다”를 외치며 그를 위해 폰을 들고 투표 문자를 보내는데요. 영 익숙하지 않은 엄마는 이렇게 보내는 거 맞느냐며 자식들을 다그칩니다. 매 순간이 당황함의 연속인 이 상황. “엄마…엄마 맞지?”
오빠(잘생기면 무조건 오빠랬다)들을 향해 환호하고 눈물 흘리는 딸을 “네가 정녕 미쳤구나” 한심하게 대꾸했던 엄마들의 대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새끼가 나온다는 스케줄을 꿰고 있고, 내 새끼의 음원을 온종일 듣습니다. 출연한다는 무대와 콘서트를 위해 난생처음 ‘티켓팅’이라는 수고를 할 준비까지 마쳤죠.
바로 ‘미스터트롯’ 이야깁니다.
송가인이라는 스타를 배출했던 ‘미스트롯’의 2탄. 최고 시청률 35.7%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보여주듯 TV조선 ‘미스터트롯’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마지막 결선 때는 갑자기 몰린 문자로 서버가 다운되며, 1등인 ‘진’을 발표하지 못하는 황당한 방송사고도 발생했는데요. 이틀 동안 무시무시한 비난을 받고 나서야 특별편성 된 ‘미스터트롯’. 진은 임영웅이 차지했습니다.
벌써 이 해프닝도 한 달이 지났네요.
하지만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은 종영 이후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모두를 가리지 않고 등장 중인데요. 덕분에 우리네 부모님들은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죠.
최근 MBC 음악중심에 출연한 임영웅의 무대도 화제가 됐습니다. 임영웅의 멋진 열창도 화려한 무대도 아닌 ‘자막’ 때문이었죠. 4일 출연한 임영웅의 무대에 음악중심 측은 여느 때처럼 익숙한 노래 자막을 삽입했는데요.
10대와 20대가 주 시청자층이었던 음악중심은 방송 이후 이제까지 한 번도 받지 못한 문제의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막이 너무 작아 안 보여요”
네, 그렇습니다. 어르신들 눈에 그 자막은 너무나도 작았던 거죠. 다음 주 음악중심은 임영웅의 무대에만 3배로 커진 자막을 삽입하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열정이 어느 아이돌팬 못지않죠?
인기만큼이나 ‘미스터트롯’ 출연진을 담은 굿즈도 쏟아졌는데요. 그 범위도 어마어마합니다. 응원봉, 달력, 머그잔, 팔찌, 후드티, 키링, 스티커, 가방에 이어 쿠션팩트까지 등장했는데요. 그 가격대 또한 아이돌 저리 가라 한 높은 금액에 책정됐습니다.
이 와중에 한 엄마팬의 자아 성찰도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딸이 한 아이돌의 굿즈를 사들이는 걸 혼을 낸 적이 있어 굿즈를 사고 싶어도 눈치가 보인다는 글이었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엄마팬의 웃픈 사연이 아닐 수 없네요. 역시 내 님이 가득 담긴 굿즈를 갖고 싶은 건 남녀노소가 같았습니다.
자 이젠 그들을 직접 보러 가야겠죠?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총출동하는 ‘내일은 <미스터트롯> 전국투어콘서트가 5월 수원을 시작으로 그 막을 여는데요.
그야말로 ‘피켓팅’이 진행됐습니다. 온라인 티켓팅이란 신문물을 전혀 알지 못한 부모님들이 ‘자식 버프’를 활용한 건데요.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 등 각자의 영역에서 베테랑인 아이돌 팬들이 모두 달려들었죠. ‘효도’를 위한 전무후무 동시접속을 만들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오빠와 누나를 따라다니는 자식을 한심하게 바라봤던 자신을 질책한다며, 세상 ‘성인’의 마음으로 거듭난 부모님. 이런 부모님의 모습이 어색하고 또 어색하지만, ‘팬심’을 공유한 이 순간이 새삼 즐겁기도 한데요. 이렇게 가정의 평화(?)를 만들어준 ‘미스터트롯’에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