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아이디어를 빨리 적용했다." (BBC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도중에 국내 의료진이 실시한 검사 방법이 해외의 눈을 사로잡았다. 바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진료소다. 원래 드라이브 스루는 '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을 뜻하는 말이다. 의료진은 이에 착안해 시민이 차에 탄 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묘수를 냈다. 외신은 이를 두고 '영리한 아이디어'라며 칭찬했고, 해외에서도 이를 모방해 정책을 수립했다. 접촉은 줄이면서 검사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 검사에만 이용된 것이 아니다. 같은 방식을 활용해 도서와 장난감을 빌려주거나, 음식을 판매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용산꿈나무종합타운은 9일부터 예약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장난감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비접촉 대출서비스를 시행한 것이다.
21일 현장에서 만난 구민들은 생경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벌써 세 차례나 드라이브 스루로 책을 빌렸다는 한 교사는 "너무 좋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보고 싶은 책을 전날 예약한 뒤 받으면 돼 너무 편하다"라며 "도서관마다 이용 시간이 조금 다른데 국공립통합도서관 외에 이곳(드라이브 스루)도 이용할 수 있어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용인 용산꿈나무종합타운 행정지원실장은 "처음 서비스를 시행했을 땐 장난감은 하루에 50명, 도서는 50~70명 정도가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라며 "도서는 지금도 이용률이 높고, 장난감은 오늘 하루 12명이 빌려 갔다"고 말했다. 서비스가 편리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 친절하게 회원을 맞이하고 필요한 도서관 장난감을 빌려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조성됐다.
노량진수산시장도 대표적인 드라이브 스루 판매로 주목받은 곳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 12일까지 18일간 드라이브 스루로 현장에서 회 판매를 진행했다. 현재는 드라이브 스루로 현장 판매는 종료했지만 모바일 앱 '싱싱이'를 통해 횟감을 예약하면 시장 밖 지정 장소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회를 받아볼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에 이어 워킹스루까지 등장했다. 영등포구 당산1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 등 10곳의 '믿음가게'가 그 주인공. 영등포구는 이곳에서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고, 상인들의 수입 증대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전 전화 주문을 하면 가게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값을 치르고 음식을 받을 수 있다. '테이크 아웃'을 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다만, 기존에 테이크 아웃이 안되는 곳도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가 해당 골목에서 확인해 본 결과 워킹스루를 이용한 고객이 많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대개 음식점에 들어가거나 주문 배달로 식사를 해결했다. 그럼에도 '전시효과'가 커 향후 이용률이 증가할 가능성은 커 보였다. 구청이 중심이 돼 행사를 여는 것처럼 홍보하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가 마비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 골목상권 살리기의 마중물이 시민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방문근 빵꼬마 베이커리 대표는 "뭔가를 하니까 전보다 저녁에 사람이 더 북적거렸다. 전보다 예약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이어 "이번을 계기로 우리뿐만 아니라 거리 자체에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전체적으로 상권이 흥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워킹스루는 지금보다 앞으로 더 많이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끼니를 때우는 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이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방식인 '배민오더'는 지난달 2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270% 증가한 것. 거래액도 100억 원을 넘어섰다. 영등포구가 시행한 워킹스루 방식의 '믿음가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