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협상전략으로 설득력 있는 투자설명ㆍ외부전문가 활용ㆍ재무적 기반 확보 꼽아
“국내 바이오텍들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전략’이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앞으로 이뤄질 글로벌 기술수출에 대비해 국내 바이오텍들의 보완점을 이같이 꼽았다.
그 동안 글로벌 딜 기회 부족에 따른 최대 취약점인 협상 허점을 보완해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국제무대에서 알려지며 더 많은 기술수출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지난 21일 만난 이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빅파마와 1조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경험해 본 결과 이런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연구(Research)를 하지 않고 개발(Development)에 집중하는 NRDO 형태로 출발해 지난해 특발성폐섬유증 치료후보물질 ‘BBT-877’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하며 창립 4년만에 영업이익(6억원)을 기록해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니즈를 미리 파악한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 △개방형 혁신 △수평적인 조직 △탄탄한 재무구조 등이 빅파마와의 협상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빅파마와의 첫 미팅 단계인 컨택 디벨롭먼트(Contact Development)에서 설득력 있는 투자설명(피칭)이 빅 딜의 첫 관문통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한다. 그는 “빅파마들과의 미팅에서 글로벌 경쟁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SWOT 분석’을 기반으로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BBT-877 기술을 이전할 당시 오토택신 저해제 개발을 이끌고 있는 해외 바이오텍들의 현황과 개발 단계, 비교실험 등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한 후에 설득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해외 빅딜의 허들을 넘기 위해선 물질 설명에만 초점을 맞추는 국내 기업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외부전문가 활용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험이 부족한 우리에겐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 빅파마와의 사업개발 네트워크가 넓은 전문 자문가 등이 필요한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아직까지 비용 부담 때문에 외부 전문가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며 “비용이 들더라도 향후 이를 상쇄할만한 수준의 보상을 생각해 전문가와 자문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무적 기반 확보도 협상 위치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베링거인겔하임과 협상 당시 우리도 탄탄한 재무적 역량을 제시하며 스스로 다음 단계인 가치 변곡점(value inflection point)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 무기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임상이 중단된 상태인 만큼 기민한 재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올 상반기에는 자금 조달이 제한적인 상황임을 감안해 보수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음단계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수립과 함께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투자가를 만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브릿지바이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지난해 기술이전된 BBT-877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BBT-401),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BBT-176)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후보물질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최근 발표한 미국 인공지능 신약개발업체 아톰와이즈 등과 같은 국내외 전략적인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향후 2~3년동안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신규 후보물질을 임상단계로 올리고, 추가적인 기술 이전 사례를 통해 의미있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