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MP3 플레이어가 묻는다…“음악 들을 때 뭐 쓰셨어요?”

입력 2020-04-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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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Stick MP3 (게티이미지뱅크)

"다들 어렸을 때 MP3 플레이어(이하 MP3) 뭐 썼어요?! 난 이거 켜보고 싶은데 충전기가 없네요. 아쉽다."

"MP3가 뭐예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이돌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신비와 팬의 대화다. 이를 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터. 10대들에겐 MP3가 고대 유물(?)쯤 될 것이고, 2030은 10대들이 이것을 모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참고로 신비는 1998년생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것. 세상에 몇 안 남은 MP3가 당신에게 묻는다. "음악 들을 때 뭐 쓰셨어요?"

◇워크맨·CD 플레이어·MD·MP3 플레이어…그때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법

80~90년대만 해도 집집마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인데 크기가 커 주로 집에서만 사용했다. 그러다 등장한 것이 바로 '워크맨'이다. 일본의 소니가 세계 최초의 소형 카세트테이프 레코더ㆍ플레이어로 1979년 7월에 첫 발매 됐다. 당시 3만3000엔으로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었지만 인기가 많았다. 집 밖에서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지역사회에서 주먹 좀 쓴다는 형들이 청바지 뒤 허리춤에 워크맨을 꽂고 다니기도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카세트 시대가 저물자 또 다른 기기가 등장했다. 바로 MP3다(워크맨과 MP3 사이에는 CD 플레이어와 MD가 있다). 쉽게 말해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 파일을 옮겨 담아 듣게 해주는 물건이다. 사실 MP3라는 확장자명이고, 정식 명칭은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였다. 그런데 MP3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이름이 MP3 플레이어로 굳어졌다.

최초로 등장한 시기는 1996~1997년 사이다. 카세트테이프와 CD는 특정 가수의 음악과 앨범만 들을 수 있었지만, MP3가 보급되면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재생목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크기가 작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기 편리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중고등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하교 시간에 노래를 들었다. 용량이 크지 않아 10~30곡 정도 들어갔다. 편하면서 귀하게 노래를 듣다 보니 '싸이월드 감성'이 생겨났을지도…

▲'아이리버'버는 원래 제품명이었는데 이후 기업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처음에는 '레인콤이 만든 아이리버'라는 수식어가 자주 사용됐다. (뉴시스)

◇MP3 하나로 세계 평정…삼성전자보다 잘나간 '아이리버'

한 번이라도 이 녀석을 사용해봤다면 들어봤을 법한 회사가 '아이리버'다. 당시 아이리버는 높은 기술력으로 좋은 음질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았다. 1999년 설립후 4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25%를 기록했다.

한때는 세계를 주름잡는 삼성전자보다 잘나갔다. 아이리버의 전신인 '레인콤'은 2004년 1분기 매출액이 841억7000만 원이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외국 시장의 수요 증가 덕에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15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69억 원. 이 역시 2003년 같은 기간 보다 163% 대폭 상승했다. 당시 삼성은 1분기 내수시장에서 11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이때만큼은 MP3 하면 단연 아이리버였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기업엔 위기를, 새로운 기업엔 기회를 제공하는 법. 아이리버도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고속성장했으나 스마트폰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MP3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2010년 영업손실 200억 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2009년보다 25.6% 줄어든 1072억 원에 그쳤다. MP3, 전자사전 등 아이리버가 주력으로 내세운 상품들이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으로 제공되면서 매출액이 2009년에 비해 25.6% 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하는 세상…이제는 '스트리밍'으로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아이폰' 역시 MP3에서 일정 부분 영감을 따왔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최초 공개할 때, 세 가지를 강조했다. Wide screen iPod with touch controls(터치가 되는 넓은 화면의 아이팟), Revolutionary mobile phone(혁명적인 휴대전화), 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or(혁신적인 인터넷 통신기)다. 여기서 처음 말한 아이팟은 애플이 선보인 MP3 플레이어다. '아이폰'이라는 이름은 아이팟과 핸드폰(전화기)을 합친 합성어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혁신으로 간주했다.

이제 사람들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여러 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각종 음원 애플리케이션에서 스트리밍으로 말이다. 10대 학생들은 '스밍'이라고 줄여 부른다고. 파일을 저장하는 등 다른 작업을 거치지 않고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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