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히 코로나19) 사태로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박쥐 볶음밥’ 티셔츠 디자인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유명 요가복 업체 직원이 해고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의 요가복 전문 브랜드 ‘룰루레몬’이 티셔츠 한 장으로 중국인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사건의 발단은 19일 룰루레몬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 트레버 플레밍이 자신의 SNS에 티셔츠 사진을 공유하면서다. 해당 티셔츠는 붉은 색의 중국식 볶음밥 포장 용기에서 박쥐가 날개를 뻗고 있는 모양이 디자인 돼 있다. 포장 용기에는 ‘사양할게(No Thank You)’라고 써 있다. 티셔츠의 이름은 ‘박쥐 볶음밥(Bat Fried Rice)’이며 가격은 60달러로 소개됐다.
이후 온라인에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룰루레몬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는 “고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거 아니냐”, “룰루레몬 옷을 버리겠다”, “실망했다” 등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룰루레몬이 중국을 모욕했다’는 해시태그(#) 조회수가 이틀 만에 2억400만 건을 넘었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룰루레몬은 사과하고 급기야 플레밍을 해고했다. 룰루레몬은 “티셔츠가 룰루레몬 제품은 아니지만 직원이 불쾌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알리는 역할을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해당 디자인은 부적절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해당 직원은 더 이상 룰루레몬의 직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룰루레몬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에도 별도의 글을 올려 “해당 디자이너를 해고했다”면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회사로서 우리는 모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호소했다.
플레밍도 글을 올려 “해당 디자인과 상관이 없다”면서도 “해당 게시물을 링크한 게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을 겨냥한 무차별 폭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쥐 볶음밥의 실제 디자이너인 캘리포니아 출신 제스 슬러더는 애초 자신의 웹사이트에 “코로나가 어디서 기원했는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박쥐와 관련돼 있다는 건 다 안다”면서 “야행성 동물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한다”고 적었다. 논란 이후 박쥐 볶음밥 티셔츠와 해당 글 모두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