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재 중시한 신한은행, 첫 여성 경영지원 그룹장 맡아…"임원 꿈꾼다면 비전을 높게"
은행 업무는 기능적으로 수신, 여신, 외환 등 다양하게 구분돼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은 이런 측면에서 여성들의 공감, 소통, 개방적 태도는 금융업에서 확실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여성 특유의 리더십을 ‘이모 리더십’이라 이름 붙이고 후배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세대 간 격차가 심해지고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의 리더로서 여성 특유의 리더십을 살린다면 훨씬 주목받을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러한 공감, 소통, 개방적 리더십을 ‘이모 리더십’, ‘삼촌 리더십’이라고 이름 짓고 늘 최고가 되려고 염려가 많은 후배에게 엄마 말고 이모가, 아빠 말고 삼촌이 되어주라고 합니다.”
◇“여성인재 중시한 신한, 유리천장 벽 높지 않아” =조 부행장은 1983년 신한은행 공채 1기로 입행했다. 입사 후 첫 업무는 은행원 대부분이 했던 영업점 입출금 업무부터 시작했다. 이어 인재개발부, 고객부, 고객만족센터, 스마트컨택 본부를 거쳐 총 9~10년간 근무했다. 리테일 근무, 리테일 지점장으로 시작해 기업ㆍ리테일 금융센터장, 커뮤니티장(지역단장)을 맡았으며 디지털 그룹 스마트 콘택트본부장, 영업기획 그룹장을 거쳐 올해 경영지원 그룹장을 맡았다.
특히 스마트 콘택트본부에서는 비대면 영업조직 쏠 브랜치, 인바운드 골든 타임 마케팅 업무에 집중했다. 이어 영업기획그룹에서는 상대평가에서 목표 달성률 평가로 바꾸는 등 KPI 항목을 슬림화하고 결과만이 아니라 이행 과정까지 밸런스를 맞추는 ‘같이 성장’ 평가 제도를 기획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유리천장을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힐 만하다. 입행 당시 총 61명의 여성 동료들은 현재는 6명이 됐고, 은행 전체 임원 중에서는 24명 중 여성임원 2명(8.33%)으로 10%도 되지 않는 비율 안에 속한다. 국내 은행에서 여성이 영업기획(평가)을 맡은 점, 경영지원 그룹장을 하는 것도 최초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는 유리천장의 벽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개인의 노력보다는 금융권 여성들의 열정과 성과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유리천장이 깨어지는 타이밍과 맞았다고 생각됩니다. 나에게 주어진 업이 좋았고, 즐거웠고 감사했죠.”
여기에는 ‘여성인재’를 중시하는 신한의 기업문화가 한몫했다. 신한은 창업 초기부터 금융업의 미래는 ‘IT, 기업문화, 여성인재’에 있다고 보고 여성 인재들을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여자 행원으로 구성된 갤포스라는 여성 지도자그룹이 있어서 직위나 직급 차원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신한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해볼 기회가 많았어요. 이러한 기억과 경험이 지금 임원의 자리에 오르게 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신한은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R.O.S.E(로즈)라는 그룹 공통의 가이드를 세우고, 중장기 로드맵에 기반을 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관계강화(Relation), 기회확대(Opportunity), 맞춤형 지원(Segmentation), 환경조성(Environment) 관점에서 종합적인 육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 부행장 또한 쉬어로즈 1기로 활동하며 멘토링과 콘퍼런스 등에 참여하며 임원으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지방까지 확대해 3기가 선발됐다.
한두 명의 임원을 만든다는 목표가 아니라 여성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 남녀를 떠나 역량과 성과에 기반을 둬 당당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신한의 목표다.
◇“가족 간의 CDP 의논이 먼저” = 실제 많은 여성 인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커리어 관리다. 회사 내에서의 커리어 관리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 또한 숙제다. 그는 가족 간의 CDP 의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되돌아보면 조직에서 승진까지 쉽지 않은 것은 여성과 남성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의 생애주기가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커리어 관리라고 하는 것은 본인의 생애주기에 경력 개발을 맞추는 것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후배들에게 조직에서 CDP를 말하기 전에 가족 간의 CDP 의논이 먼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내의 CDP, 남편의 CDP에 가장 관심 가져야 할 사람은 당사자이고 가족입니다.”
조 부행장의 좌우명은 ‘즐겁게, 빠르게, 반드시’이다. 그는 업무를 할 때 가장 우선시 되는 점은 즐거움이라고 강조한다. “계획을 세울 때 즐거워야 합니다. 즐겁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조직, 역할 조직을 구성하죠. 그래서 지점 명칭 바꿔 부르기, 애칭 정하기부터 시작하지요. 최근 생긴 애칭은 ‘초코라떼’입니다. ‘~라떼는 말이야’에 cho를 붙인 초코라떼라는 이름으로 행원리더 그룹인 영포스 신임 7기로 활동 중입니다. 실행 후에는 반드시 피드백하고, 다시 설정합니다. 즐겁고 빠른 것이라면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합하는 곳에서 성과” = 조 부행장은 인사담당 임원으로서 추구하는 인재상도 소개했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합하는 곳에서 성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지점장 시절 인재상은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더불어 성공하는 신한인(人)’이었어요. 인사담당 임원이 된 후 나만의 경쟁력에 추가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과 포용성’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합하는 곳에서 성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젠더 이슈도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의 이슈라고 봅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다양성이 단순히 ‘다름’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며, ‘독특함(unique)’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선을 넘는 생각을 하고, 실패해도 즐겁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여성임원을 꿈꾸는 여성행원에게는 비전을 강조했다. “비전이 핵심입니다. 다만 비전은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갖는 것입니다. ‘나는 여성이니까…’라며 비전을 낮게 잡지 말고, 임원을 꿈꾼다면 평소 업무에서도 임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패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 ‘나는 경쟁력이 있는가?’ 돌이켜보고, 지금 있는 이곳이 나의 비전을 완성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