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도세와 맞서는 상황이 마치 1894년 일어난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소식은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재테크에 목마른 일반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너도나도 주식계좌를 만들었고 삼성전자 주식 1주 이상은 보유한 개인투자자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개미’들의 힘이 한데 모여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 코스피 종가는 2262.64였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실물 경제 침체에 대한 위기로까지 우려가 커지면서 3월 6일 2040.22였던 코스피는 불과 10거래일 만에 1500선 아래로 폭락했다. 이후 불과 한 달이 채 안 된 4월 17일 코스피는 1900선을 회복하는 반전을 보였는데, 개미들이 힘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17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20조8976억 원을 순매수하며 20조1870억 원을 매도한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그리고 상황은 또다시 급변했다. 때마침 급등락을 거듭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에 ETN이나 FX마진거래로 수익을 냈다는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전해지면서 이들 상품에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일부 원유 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이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1조3000억 원 이상을 사들였다. 또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FX마진거래 금액은 총 213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0.1% 급증했다.
FX마진거래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율에 따라 최대 10배의 레버리지(차입투자)를 동원해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ㆍ고수익 금융투자상품이다. 환율이 5%만 변동하면 ±50%의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보는 등 변동성이 커 강제청산을 당해 전액 손실을 보고 ‘깡통계좌’가 되기 일쑤다. 원유선물 상품 역시 변동성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투기성 상품에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준비가 된 채로 접근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동학개미운동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삼성증권으로 가야 한다는 웃지 못할 촌극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금융이해력은 낮은 편이다. 실제 2018년 기준 한국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9점)보다 낮다.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은 재테크 관점의 초기 투자 성격이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기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