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대 국회 열리면 종부세 인상안 재발의…1주택자 부담 완화는 신중
제20대 국회 폐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인상도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8월께 세율 인상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종부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여야 이견이 극명히 갈리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세제 혜택 개편 등 시급 사안에 밀렸다.
종부세 인상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가운데 핵심이다. 지난 연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ㆍ16 대책)’에서 정부는 종부세 세율을 1주택자엔 0.1~0.3%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ㆍ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엔 0.2~0.8%P 올리기로 했다. ‘주택 보유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명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ㆍ16 대책 1주일 만에 정부 안에 맞춰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획재정부 등은 이날 소위를 사실상 연내 종부세 세율 인상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까지 개정을 마치지 못하면 연내 세율 인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부칙 삽입 등을 통해 소급 입법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기재부에선 '소급입법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5월 내로 종부세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내년으로 세율 인상을 미루겠다는 의미다.
6월 1일까지 개정을 마치기엔 정치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조세소위를 넘더라도 기재위, 법제사법위원회 등 문턱이 남았는데 20대 국회는 5월 29일 임기를 마친다. 국회 대수가 바뀌면 전대에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기재부는 21대 국회가 열린 후 7월 '2020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종부세 인상안을 다시 발의하기로 했다. 범여권이 국회 의석 5분의 3 이상을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 인상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여권 의석(190석)으론 모든 국회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야당 반대도 무력화할 수 있다. 정가 안팎에선 21대 국회가 열리면 여권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종부세 인상과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분양가상한제 강화 등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상한다.
종부세 세율 인상이 1년 늦어지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가 져야 하는 세금 부담을 소폭 줄어들게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ㆍ여당 안대로 종부세 세율을 올리면 종부세 세수가 4217억∼4895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이낙연 국회의원 당선자(전 국무총리) 등 여권 유력인사들은 4ㆍ15 총선 과정에서 1주택자ㆍ장기 보유 실거주자 종부세 부담 감면 등을 약속했다. 다만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종부세법 개정안에 이 같은 공약을 반영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직은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2ㆍ16 대책을 근간으로 여건에 맞춰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세율 인상이 늦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세금 부담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가 올해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전용면적 84㎡형 기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보유세는 지난해 419만8000원에서 610만3000원으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보유세는 245만8000원에서 354만2000원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소득이 적은 고령자나 종부세 중과 대상인 다주택자 가운데는 보유세 부담으로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 세율 인상이 1년 늦춰졌지만 내년 인상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고령자 등은 이번 기회에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