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ETF·ETN·CFD 알고 투자하자...원유 투자의 모든 것

입력 2020-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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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와 관련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가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면서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돈을 줘야 원유를 팔 수 있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자, 사상 최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원유를 사 두면 나중에 큰 이익을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유 관련 투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유가 상승=투자 이익’이 반드시 통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원유 관련 투자 상품은 선물 가격 변동에 좌우되는데,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극단적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투자액의 전부를 잃을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서부 텍사스의 폴스시티 유전에서 채굴 장비가 작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턱대고 원유 관련 투자에 뛰어들기보다는 기본 정보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세계 3대 유종에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오만)가 있다. 이중 최근 원유시장에서는 유독 WTI의 가격 변동성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봉쇄 조치와 그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공급 과잉이 심화하는 가운데 원유 저장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벤치마크 유종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WTI의 등락 폭이 상당히 커졌다. 심지어 지난달 20일에는 마이너스(-)37.63달러로 주저앉았다가 이후 사흘간 46% 급반등하는 등 그야말로 널을 뛰고 있다.

▲<글로벌 주요 유종 분포도> (출처:ICE)

◇미국 ‘WTI’

WTI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노스다코타 등 미국 서부에서 생산, 파이프 라인을 통해 오클라호마주 쿠싱으로 모인다. 내륙 지역에서 생산되다 보니 운송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그럼에도 브렌트유보다는 가격대가 낮게 형성되는 건 석유 시추 및 프래킹 기술(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서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 발전 덕분이다. 그 전에는 브렌트유가 WTI보다 저렴했었다. WTI는 유황 성분이 적고 경질로, 휘발유와 경유가 많이 채취된다.

◇유럽 ‘브렌트유’

브렌트유는 세계 3대 유종 중 가장 보편적이다. 전 세계 원유 계약의 약 3분의 2가 브렌트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브렌트유를 가격 책정 기준으로 삼는다. 브렌트유는 셰틀랜드제도와 노르웨이 사이 북해 유전에서 공급되며, 바다 근처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운송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북해산 브렌트유라 하면 브렌트, 포티즈, 오세베르크, 에코피스크 등 4가지를 일컫는다. 이 지역에서 나는 원유는 가벼워 디젤 연료와 휘발유, 기타 수요가 많은 제품의 정제에 이상적이다. 다만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차를 초래할 수 있는 건 지정학적 리스크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위기 시 브렌트유는 가격이 급등할 수 있지만, WTI는 미국 내륙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중동 ‘두바이유·오만산 원유’

두바이유는 WTI나 브렌트유보다 다소 낮은 등급의 원유 가격에 대한 참고 지표로 쓰인다. 두바이와 오만, 아부다비에서 생산되며, 다소 무겁고 유황 함량이 높다. 아시아 시장에 공급되는 페르시아만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WTI 가격 추이. 출처:FT (출처:FT)

◇원유는 왜 선물로 거래될까

지금은 원유를 대부분 선물로 거래하지만, 과거에는 현물시장에서 원유를 거래할 때가 있었다. 즉, 현재 가격에 원유를 매입하고, 수 주 안에 배송을 받는 식이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정유업계와 각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선물 거래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선물로 원유를 구매하는 경우, 몇 달 또는 몇 년 전에 원유 가격을 고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구매자가 많아졌고, 일반적이 됐다. 브렌트유 선물 계약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WTI 계약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뤄진다. 오만원유선물 계약은 2007년부터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이뤄져왔다.

원유 선물은 전달할 때까지의 기간에 따라 ‘한월(限月, 인도월·계약월)’이라는 개념이 있다. 매매계약의 만기가 되고 해당 상품이 인도되는 달을 의미하는데, 어느 한월을 매입하느냐에 따라 투자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벤치마크 유종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구매자는 선물 계약이 유리하다. 각 월물은 최종거래월이 경과하면 거래가 종료되고, 거래 기간이 가장 긴 새로운 월물이 새로 상장돼 반복적으로 순환된다. 선물 투자의 예를 들어 보면, 4월 24일 시점에 6월 인도분 WTI 가격이 배럴당 16.94달러, 12월물이 28.48달러라고 치자. 연말까지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12월물 이후 인도월물을 구입해야 하지만, 12월물은 이미 6월물보다 비교적 비싼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유가가 30달러까지 오른다고 생각해 투자하더라도 현 계약월의 유가는 올라도 실제로 투자한 계약월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원유 파생상품

선물 이외에도 시장 참가자들은 특정 원유의 벤치마크와 연동되는 옵션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런 파생상품은 가격 변동성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 원유 벤치마크가 급등할 경우,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 매입선택권) 소유자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특정 수량의 원유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원유 벤치마크와 관련된 모든 선물이나 옵션이 리스크 헤징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 아니다. 투기 목적으로도 원유 파생상품 시장에 참가할 수 있다. 이들 투기 세력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특정 원유 가격을 더 높거나 낮게 한다는 데 베팅해 돈을 번다.

투자자들은 또 WTI와 브렌트유 간 가격 차이 예측으로 돈을 번다. 전통적인 오일 옵션과 마찬가지로, 스프레드 옵션은 주요 거래소에서 가능하다.

◇원유 ETF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진 게 WTI 가격과 연동되는 상징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원유 ETF와 ETN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속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품 ETF는 개인 투자자가 상품에 투자할 때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원유 ETF는 OPEC플러스의 감산 합의가 불발된 3월 상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원유 선물가격이 급락, 가격 변동성도 커져 주로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 ETF와 ETN도 간단하지는 않다. 원유 선물 가격 급락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각 투자 상품의 가격 변동도 확대하기 쉽고, WTI 선물을 비롯한 지표와 투자상품의 가격 변동에 괴리가 발생하기 쉬워 투자에 있어서는 가격 변동이 큰 상품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원유 ETF는 원칙적으로 인도까지의 기간이 가장 짧은 근월물을 매입해 기한이 도달하기 전에 다음 한월로 갈아타는 거래를 반복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롤오버’라고 하는데, 이때 ‘갈아타기 전의 한월’보다 ‘갈아탄 후의 한월’ 가격이 높은 경우에는 비교적 싼 한월을 팔고 높은 한월을 사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는 근월물(현물)보다 원월물(선물) 가격이 높은 ‘콘탱고’라 불리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원유 선물 가격이 상승해도 원유 ETF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콘탱고와 반대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경우를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 원유 ETF는 근월물을 팔고 원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 때 자금의 출입을 고려하지 않으면 구매할 수 있는 매수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특징도 있다.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원유 관련 ETF인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일펀드(USO)가 WTI의 6월물 포지션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원유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USO는 WTI 6월물 포지션을 수일 내에 전부 처분하고, 포트폴리오의 15%를 10월물과 12월물로, 10%는 2021년 6월물로 롤오버하기로 하는 등 포지션을 근월물에서 원월물로 갈아탈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6월물과 7월물 간 스프레드가 커지면서 마이너스 유가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유가 폭락을 유발했다.

◇원유 CFD

FX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유에 투자할 때 인기 있는 것이 차액정산계약(CDF)이다. 이것도 원유 ETF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원유 CFD도 원칙적으로는 근월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기한이 다가오면 원월물로 롤오버한다. 이때 가격 차이를 ‘가격조정금’이라는 형태로 손익계산을 한다. 예를 들어 콘탱고 상태에서, 저렴한 한월에서 비싼 한월로 갈아탄다고 하면, 그만큼이 가격조정금으로 수지를 계산하게 돼 원유선물 가격 상승분이 가격조정금의 마이너스만큼 상쇄돼 원유선물 가격이 상승해도 원유 CFD 거래에서는 충분한 이익이 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이 나올 수도 있다.

◇알고 투자하자

원유 ETF든 원유 CFD든 콘탱고 환경에서는 롤오버 비용이 커서 ‘유가 상승=투자 이익’이 맞지 않는다. 롤오버가 이뤄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 결제하거나 또는 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높은 반대 상황에서는 원유 ETF나 원유 CFD나 충분히 매력있는 거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폭적인 콘탱고 환경에서 장기적인 유가 상승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이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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