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앞두고 국내 시장 10년새 4배 커져…현대그린푸드ㆍ한국야쿠르트 등 선점 경쟁
성장 정체에 직면한 식품업계의 눈이 ‘케어푸드’로 쏠리고 있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부터 노인, 환자까지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연화식, 치료식 등 기능성 식품을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813만명으로 총인구의 15.7%에 해당하는 수치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 사회’를 넘어섰으며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케어푸드 시장의 성장여력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2010년대 초 5000억 원대였던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올해 2조 원 규모로 10여년만에 4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케어푸드는 기존 식품보다 먹기 편하면서 영양은 유지해야 하는 제조 특성상 일반식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와 삼성웰스토리 등은 임직원 자사몰, 대형 병원, 요양원 공급 등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시장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케어푸드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28일 케어푸드 브랜드 ‘잇츠온 케어(eats on care)를 론칭하고 케어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잇츠온 케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케어 브랜드로 한국야쿠르트는 이를 중장기 육성 브랜드로 정하고 당뇨 환자식, 건강 유지용 일반식, HMR 연화식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신제품은 ‘잇츠온 케어온 검은깨&콩(이하 잇츠온 케어온)’이다. 이 제품은 환자용 균형영양식으로 검은깨와 검은콩을 포함해 총 22가지 곡물을 넣어 만들었으며, 비타민 12종을 비롯한 마그네슘, 아연, 칼슘 등 미네랄 12종을 더해 필요한 영양성분을 꼼꼼히 채울 수 있다. 영양 흡수 및 소화 속도 등을 고려해 동·식물성 3가지 단백질을 다양하게 넣어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디지털마케팅 부문장은 “‘잇츠온 케어온’은 수술 후 균형잡힌 영양 보충이 필요한 환자나 식욕, 저작 기능 저하로 일반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고려해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케어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들어 케어푸드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B2C 시장 진출을 선언한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3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을 론칭하고 B2C 판매에 힘쓰고 있다. ‘그리팅’은 일반적인 한 끼 식사보다 저당식이나 칼로리 밸런스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음식을 먹으면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건강식단 브랜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전용 온라인몰인 ‘그리팅몰’ 오픈을 시작으로 B2C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팅몰은 소비자들이 건강식단을 정기구독 할 수 있는 ‘케어식단’과 간편건강식ㆍ반찬ㆍ건강 주스ㆍ소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강마켓’ 등 두 가지 코너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상무)은 “‘그리팅’은 평소에도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헬스케어푸드(종합 건강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조리한 다음날 새벽에 집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케어식단’은 정기 구독 서비스 형태로 운영된다. 고객이 저당식단ㆍ라이트식단ㆍ웰니스식단 등 세 가지 건강식단 중 원하는 식단을 선택하면 택배를 통해 고객 집으로 정기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식단을 선택하면 메뉴와 배송일, 배송 방법(일반택배ㆍ새벽배송)을 직접 지정할 수 있고, 하루에 몇 끼를 먹을 지 또한 몇 주간 이용할 지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도 올해 1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이지밸런스(EASY BALANCE)’를 론칭하고 연하식 5종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가 선보이는 ‘연하식’은 음식을 삼키는 것이 곤란한 이들을 위한 식품이라는 점에서 음식을 씹는 것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연화식’과 구별된다.
신세계푸드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연화식에 이어 연하식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관련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8년 말 일본 영양치료 기업 뉴트리, 케어푸드 소재를 공급하는 한국미쓰이물산과 손잡고 케어푸드 제품을 선보였고, 1년여 만에 전문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은 이지밸런스 ‘소불고기 무스’, ‘닭고기 무스’, ‘가자미구이 무스’, ‘동파육 무스’, ‘애호박볶음 무스’ 등 5종이다. 씹을 필요 없이 혀로 가볍게 으깨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경도, 점도를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용기째 중탕 또는 오븐에서 가열 후 간편하게 즐길 수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지밸런스 브랜드로 추가 제품을 개발해 B2C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