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금수혈' 하루가 급한데…국책은행·시중은행 ‘동상이몽’

입력 2020-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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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대주주·투자자도 동참해야” vs 시중은행 “최악의 경우 부실 보전 불가”

“정부가 코로나 위기 극복에 총체적인 수단을 다 동원해 전례 없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노조와 대주주, 시중은행, 투자자까지 조금씩 이해하면서 동참해달라.”

지난달 24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에 3조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예로 들어 이같이 얘기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 결정이 자신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지 않으면 국책은행이 지원한 자금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업종 특성상 시장 차입이 많아 국책은행 지원만으로는 회생이 어렵다. 대한항공은 ABS와 차입금, 회사채 등을 포함해 올해 갚아야 할 부채가 3조8000억 원에 이른다. 그중 1년 내 시중은행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만 5000억 원 규모다. 이들이 대출 만기연장 등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애초에 무게를 감당했던 국책은행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국책은행은 설립 및 운영 논리상 자체 건전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위기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억지로 돈이 주입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은 시중은행의 참여를 독려한다. 민간금융사가 추가 지원을 결정할 경우 금융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긍정적 신호들은 기업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이동걸 회장이 나서서 ‘다른 채권단’의 동참을 언급한 것도 여기에 있다.

비슷한 방식 중 하나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지원이다. 산은은 제주항공에 인수자금을 지원하되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 방식은 다수의 은행이 참여해 공통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은행의 참여를 유도한 것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논리가 작동한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국책은행 지원은 사실상 정부에서 진행하는 부분이기에 시장 쪽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국책은행과 민간은행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지원하는 것은 어쩌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지원 이후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건전성을 떠안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국책은행의 건전성은 최악의 경우 정부가 보전할 수도 있지만, 시중은행은 그렇지 않다. 그만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산은은 짊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시중은행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시중은행이 감당해야 할 금액도 상당하다. 또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11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에 쓰이는 밑천도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눈에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감당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민간에서 책임지는 것처럼 보인다. 대출 만기연장은 고사하고 제주항공 인수금융 신디케이트론에 시중은행 참여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시중은행도 폭우가 쏟아지는 시기에 우산을 거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선 어떻게든 따르겠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 채권단 결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중은행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제공된 대출의 만기연장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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