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펙 신임 CEO의 첫 실적, 시장에 실망 안겨…코로나19 따른 손실 14억 달러 달해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발표한 2020회계연도 2분기(올해 1~3월)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1세기폭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인수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180억 달러(약 22조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4억6000만 달러(주당 26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했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60센트로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 89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 줄어든 24억 달러였다.
NYT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디즈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 성공으로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테마파크와 영화관 폐쇄 등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시기를 보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규 거래에서 2.05% 급락한 디즈니 주가는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2% 이상 더 빠졌다. 디즈니 주가는 지난 1월 중순 중국 테마파크 폐쇄 이후 지금까지 약 30% 주저앉았다.
NYT는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은 몇주 되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며 3분기에는 더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세계 최대 테마파크 월트디즈니월드는 2분기에 문을 닫은 날이 17일에 불과했지만, 이번 분기는 내내 폐쇄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분기 테마파크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0%, 영업이익은 58% 각각 감소했는데, 이번 분기는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NYT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디즈니의 테마파크와 유람선 사업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2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최근 수년간 미디어 산업의 혼란 속에서도 테마파크와 유람선, 블록버스터 영화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전성기를 이끈 이들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전부 문을 닫으면서 디즈니는 순식간에 ‘겨울왕국(Frozen)’처럼 꽁꽁 얼어붙은 신세가 된 것이다.
차펙 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3월 중순 문을 닫았던 테마파크들이 언제 재개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촬영이 중단된 영화 제작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디즈니는 오는 11일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재개장할 예정이지만, 중국 정부가 관람객을 평소의 4분의 1만 받으라고 요구한 만큼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여기에 불황으로 비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유료 케이블TV 가입을 취소하는 것도 문제다. 디즈니는 ESPN과 ABC, FX 등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1~4월에만 미국에서 최소 160만 명이 케이블 서비스를 해약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보다 20% 많은 것이다.
그나마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4일 기준으로 총 54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캐시카우이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3개 사업부인 테마파크와 케이블TV, 영화의 성장 스토리가 더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불길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고자 올 여름 배당금 지급 중단과 자본지출 삭감 등으로 약 16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