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113년 전통의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도 결국 무너졌다.
7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니만마커스는 이날 텍사스 연방파산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패턴 변화로 경영난이 지속된 데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에 영업 중단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지난 4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에 이어 코로나19로 파산한 두 번째 대형 소매업체인 셈이다.
약 50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던 니만마커스는 채권단에게 소유권을 넘기기로 했다. 또 채권자들로부터 파산 절차가 진행될 동안 운영 자금으로 6억7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제프로이 밴 램동크 니만마커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부채를 경감하는 절차로 더 강한 기업으로 일어나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07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설립된 니만마커스는 오일 머니가 넘쳤던 텍사스 주의 부유층에게 최고급 의류를 판매하면서 성장했다. 1970년대 뉴욕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을 인수하면서 미국의 최고급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인 허드슨야드에 18만8000㎡ 규모의 매장을 열며 제2의 도약을 꿈꿨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전역에 걸쳐 43개 매장 전부가 문을 닫았고 1만4000명의 직원도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니만마커스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2000년대 사모펀드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니만마커스는 2005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캐피털과 워버그핀커스에 51억 달러에 팔렸다. 2013년에는 캐나다연기금운용위원회에 60억 달러에 매각됐다. 사모펀드의 차입을 통한 기업 인수 행태로 니만마커스의 부채 문제는 시작됐다.
2015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 유동성에 숨통을 틔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8년에는 4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순 이자비용만 3억700만 달러에 달해 순수익 2억5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무디스는 지난해 5월 니만마커스의 부채 수준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부채가 온라인으로의 전환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대형 매장 중심의 백화점 산업에 기름을 부으면서 경영난 악화를 불렀고 결국 113년 전통의 자존심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