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화장'하고 글로벌 공략 나선다…뷰티, 신성장동력 급부상

입력 2020-05-11 15:23수정 2020-05-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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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ㆍLF 이어 한섬도 화장품 시장 진출해 사업 시너지 기대

‘화장’하는 패션기업이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LF에 이어 한섬도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패션기업들이 잇따라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은 트렌드에 민감한 사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데다 기존 패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섬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코스메슈티컬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인 한섬은 클린젠 인수로 기존 화장품 시장에서 비주류이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코슈메슈티컬(의약성분 화장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클린젠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로 미국 스탠리 코헨 박사가 발견해 노벨의학상을 받은 ‘EGF’ 성분을 담은 화장품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

업계에서는 한섬이 ‘대중성’ 대신 ‘프리미엄’을 전략으로 내세운 이유로 기존 뷰티 시장에 진출한 패션기업에 비해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된 제품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한섬은 타임, 마인 등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 화장품 브랜드에 투영한다는 계획이다.

▲아떼 (사진제공=LF)

LF도 지난해 10월 첫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떼 역시 기존 화장품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강조한 브랜드다. 아떼는 LF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 ‘바네사브루노 아떼’의 세컨드 브랜드로 ‘비건 화장품’을 지향한다. 프랑스 비건 인증 기관 EVE(Expertise Vegane Europe)의 인증도 획득했다.

LF는 2018년 헤지스의 남성 화장품 라인인 ‘헤지스 맨 룰429(사이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작 전초 라인 (신세계인터내셔널)

한섬의 클린젠 인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 인수와 닮은꼴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기존 패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꾀했다.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후속 브랜드론칭과 화장품 사업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 1조4250억 원, 영업이익 845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80%가 화장품 부문에서 발생했고 화장품 사업 매출에서 비디비치가 차지한 비중은 63%에 이른다. 비디비치는 지난해 2000억 브랜드로 성장했고 잇달아 선보인 연작, 아워글래스 등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션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꼽는다. K-뷰티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심이었던 주요 수출 국가에 중앙아시아, 유럽, 북미까지 속속 포함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014년 18억 달러에서 2018년 63억달러로 연평균 34.9%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18년 기준 한국의 화장품·생활용품 시장 규모가 14조8000억 원으로 세계 9위 규모라고 밝혔다.

K-뷰티의 글로벌 주목도는 이미 널리 정평이 나 있다. 로레알그룹이 패션뷰티 기업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것도 이 회사의 뷰티 브랜드 ‘3CE’의 영향이 컸다. 스타일난다 인수 당시 얀 르부르동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인수를 통해 로레알코리아가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3CE가 인수의 핵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화장하는 패션 기업’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는 체형이나 스타일이 비슷한 아시아권 진출은 용이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패션 브랜드가 즐비한 미국과 유럽 진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 K-뷰티는 글로벌 전역에 인지도가 확산돼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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