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맹주 자리 놓고 경쟁…현대 여의도점 개관 앞두고 신세계ㆍ롯데 수요 선점 나서
영등포 ‘맹주’ 타이틀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격돌한다. 연초 신세계백화점이 1층을 식품관으로 꾸미고, 건물 한 동 전체를 리빙관으로 꾸미며 파격적인 변신에 나선 데 이어 롯데백화점도 10년 만에 리뉴얼로 맞불을 놨다.
영등포는 업계 1~3위 백화점이 근거리에서 경쟁하는 유일한 상권으로 롯데와 신세계의 연매출 차이는 110여억 원에 불과하다. 신세계로서는 만년 2인자 자리에서 서남권 맹주로 올라설 기회이자 지난해 인천점을 롯데에 빼앗긴 수모를 갚을 기회다. 롯데로서는 뺏길 수 없는 타이틀 수성에 나서며 팽팽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여기에 이르면 올 연말 현대백화점이 서울 최대 규모의 여의도점을 열 예정이어서 영등포 상권을 둘러싼 백화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6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8층의 아동·유아 전문관 일부를 새단장해 오픈했다고 12일 밝혔다. 먼저 기존 7층에 있던 아동·유아 매장을 8층으로 이동시키며 면적을 4100㎡(1250여 평) 규모로 늘렸고, 프리미엄 키즈 셀렉숍 ‘리틀그라운드’, 유아교육 전문 브랜드인 ‘마이리틀타이거’ 등을 통해 상품 구색을 강화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로봇 브랜드인 ‘휴머노이드’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고, 체험형 키즈카페인 ‘닥터밸런스’와 ‘상상스케치’를 각각 7월 초, 6월 중순 선보이기로 했다. 이 외에도 화장품과 잡화로 구성됐던 1층을 식품과 패션 등 쇼핑몰과 같은 형태로 꾸미고,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을 위해 한 층 전체를 편집숍 형태로 꾸미는 등 순차적으로 리뉴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영등포점은 롯데쇼핑의 백화점 가운데 매출 4위에 오른 주요 점포이지만 지난해 영등포역사 운영권이 입찰에 부쳐지는 등 곡절을 겪으면서 공격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쇼핑이 최소 10년 운영권을 보장받으면서 재단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영등포점은 매출 상위의 놓칠 수 없는 점포”라면서 “기존 백화점과 다른 색다른 형태로 리모델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 만의 리뉴얼을 통해 일찌감치 서부 상권 왕좌를 노리고 있다. 이미 2개의 건물 중 한 동 전체를 리빙관으로 꾸미는 파격 변신을 시도했고, 패션관 2층에는 캐주얼 위주의 브랜드 대신 기존 상권에서 볼 수 없던 엠포리오아르마니와 에르노, 알렉산더왕, 막스마라 등 해외 브랜드를 입점시킨 해외패션 전문관도 선보였다.
백화점의 얼굴인 리빙관 1층에는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쌓아두는 ‘벌크 진열’ 식품관을 열어 해외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 등을 입점시키는 고정관념을 깼다. 아울러 식품관 베이커리 메나쥬리에서는 업계 최초로 빵 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인근 직장인들을 겨냥했다.
백화점들이 영등포점에 공들이는 이유는 서남권 1인자라는 자존심 외에도 서울 3도심으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영등포역은 2024년 신안산선 개통을 앞두고 있고, 이듬해 문래동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이 생긴다. 대선제분은 서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1호 사업’으로 연내 복합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 이에 따라 유동인구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인근에 신길뉴타운과 영등포뉴타운, 쪽방촌 행복주택 등 신흥 주거지가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내 영등포구 일대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7279가구다. 이는 올해 서울 시내 전체 아파트 입주 가구(4만1913가구)의 17.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내년까지 입주 가구 수는 무려 2만 가구에 육박한다. 유아동을 동반한 젊은 가족 유입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