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서 정보 공유 활발…성형외과 "조금씩 활기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를 강타했다. 소비가 얼어붙고, 생계가 어렵다는 자영업자들도 많아졌다. 일부 직장인 역시 임금이 줄어들거나 구조조정을 당해 실업자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해결책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꺼내 들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의 소비는 각각 다르다. 일부에서는 성형외과를 찾아 미뤄왔던 필러 시술이나 피부관리 등을 받고 있다. 관련 정보도 인터넷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재난지원금으로 필러? "편의점에서 쓰긴 아깝다"…맘카페서 정보 공유 활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13일 이전부터 일부 지자체는 지역 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재난지원금을 받은 일부 시민은 자신의 사용처를 인터넷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성형외과를 찾아 필러와 보톡스 시술, 피부관리실에서 사용했다는 것.
한 인터넷 카페에는 "원래 다니던 성형외과 겸 피부과에서 입술 필러를 결제했다"며 "편의점에서 쓰기는 아까웠는데 잘됐다"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관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사용 가능한 곳'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성형외과도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는 서울시 재난지원금으로 지방 흡입, 양악 수술까지 적용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을 병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했다. 보톡스와 필러는 물론이고 그간 미뤄왔던 시술을 이번 기회에 하라는 독려의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모처럼 '대목'을 맞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매출이 나오지 않았는데 조금 활기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유롭게 소비할 권리가 있다"며 "성형외과에 재난지원금을 쓰는 게 불법이 아니니 괜찮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또한, 성형외과 역시 한동안 어려웠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병원도 매출이 떨어졌으니 이곳에서의 소비가 부적절하진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용시술은 재난지원금 취지 어긋나…필수 목적에만 사용해야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은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백화점·대형 마트·유흥 주점 등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 역시 필수적인 소비처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부"라면서 "필수적인 생활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해야지 자신의 미용을 목적으로 쓰는 게 말이 되느냐"는 토로도 이어졌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실 어디에 쓰든 상관이 없지만, 취지를 생각하면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도 거셌다. 재난지원금을 필수재를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는 제한되고 성형외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서울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물건을 납품하는 곳 중에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라며 "여러모로 기준이 모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