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40년 전 5월 광주로 들어간 ‘택시운전사’

입력 2020-05-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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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되기 전에도 ‘광주사태’를 다루었던 영화는 몇 편 있었다. 그중 ‘화려한 휴가’는 광주의 비극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첫 번째 영화로 700만 명의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어 그날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한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과 푸른 눈의 외국인 기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택시운전사’다.

당시 불행하게도 모든 언론은 광주에서 벌어지는 참극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국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신군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 막아버렸다. 그러나 일부 해외 언론의 취재와 보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중에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어렵게 찍은 광주의 필름이 여러 사람들의 숨은 조력으로 해외로 무사히 나갈 수 있게 한 힘이 크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광주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졌을까? 외부 불온세력이 일으킨 폭동이나 북한의 지령으로 일어난 사태로 알려져 있던 광주의 열흘은 한 외국인 기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상 밖까지 진실이 알려진다.

극중 택시운전사 만섭은 서울로 돌아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취재 자료를 우연히 알게 된 국내 한 신문사 기자에게 전달하나, 그 기자는 누구 신세 망칠 일 있느냐며 슬그머니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 편집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난 장면이지만 나는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우리의 모습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 심히 부끄러웠다.

▲택시운전사
실존 인물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는 광주의 트라우마로 고생하다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그의 아들 김승필 씨가 최근 언론을 통해 밝혔다. 물론 힌츠페터 기자도 고인이 되었다. 관련된 많은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광주정신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비록 이번 40주년은 코로나 때문에 공식행사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다시는 우리 언론이 이런 죄과를 역사에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결의를 다지는 5·18 40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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