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마스크] 코로나로 소환된 ‘다스베이더’...뿌리 깊은 마스크 기피 문화

입력 2020-05-1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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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외곽 지역에서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정부 관계자가 코로나19로 격리된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마닐라/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서방 국가에서 “다스베이더가 돼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다스베이더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표적인 악당이다. 진짜 나쁜 놈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악의 상징인 마스크를 기꺼이 쓰라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기 위해 악당까지 동원된 데는 동양에 비해 서양의 마스크 착용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거 나온 4월 초 마스크 착용률은 17%에 불과했다. 영국 정부 역시 4월 말까지도 마스크 착용 지침을 검토 중이었다.

서방 국가들의 알레르기 반응은 마스크가 악의 상징이 된 오랜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동양에서는 질병을 막아내기 위해 탈바가지를 즐겨 사용했던 것과 달리 서양에는 뿌리 깊은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구권에서 마스크를 쓴 악당의 역사는 깊다. 대표 주자가 바로 다스베이더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도 있다. ‘배트맨’의 여러 숙적 중 하나인 베인은 똑똑한 두뇌와 파괴적인 힘을 가진 테러리스트다. 이밖에 ‘아바타’, ‘아이언맨’, ‘스크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할로윈’ 등에 등장하는 악당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는 반칙의 상징이기도 했다. 프로레슬링에서 반칙 캐릭터는 늘 마스크를 썼다. 이들에 대한 응징은 다름 아닌 마스크 벗기기였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이언 마스크’의 루이 14세는 쌍둥이 형제였다. 왕이 된 동생은 형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는 벗을 수 없는 철가면을 씌워 바스티유 감옥에 가둬버렸다. 따라서 철가면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천벌 같은 도구였다.

서양에서 마스크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유학생이 영국 셰필드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고 미국 뉴욕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해리스 알리 캐나다 요크대학 사회학 교수는 “북미에서 마스크는 아시아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지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투병 환자나 쓰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보통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뭔가를 감추려는 의도로 여겨졌다. 미국의 영웅 캐릭터인 ‘배트맨’이나 ‘조로’의 경우 눈은 가려도 입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 슈메이대 호리 미쓰토시 교수는 “서양에서는 얼굴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마스크에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에 대한 서양인들의 거부감이 잠시 줄어들 수 있겠지만 깊이 자리 잡힌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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