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형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9월부터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내년까지 10억 회 분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데, 이미 3억 회 분을 미국이 선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류의 공공재여야 할 백신의 공정한 배분 문제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가운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생산 체제를 확충하면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한 배분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존슨앤드존슨(J&J)과 모더나, 사노피 등 세계적인 제약사에 대한 백신 개발 지원을 결정, 자금력 있는 강대국이 백신을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백신과 치료제에 관해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치료약에 대해 “향후 1~2주 안에 많은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을 각국에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19일 최초로 개발한 기업의 특허권에 제한을 두어 저렴한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하겠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이 결의안 채택에 참여하지 않고 독단적 행동에 나서면서 국제 협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제약사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금을 댄 미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밝히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노피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미국 BARDA가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근거로 폴 허드슨 사노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은 세계를 위한 공공재여야 한다”면서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더욱이 사노피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왔는데, 정작 세계적으로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인 미국에 우선 공급한다고 하자 배신감이 배가 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사노피 때와 같은 논란을 의식해 “백신의 사용과 생산 확대를 위해 각국 정부 및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며 “공정한 배분과 공급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 기관과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에 효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후기 임상시험 단계로 나아가기에 앞서 영국 남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초기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BARDA에서 받은 12억 달러는 임상 연구 등 개발 사업 외에 신속한 공급을 위한 생산 규모 확대에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