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홍콩보안법 제정 시 대중국 제재” 압박…중국 “외부 간섭 용납 안 해”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홍콩보안법 제정 시 대중국 제재를 경고하면서 압박을 이어가는 반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태에서 홍콩보안법 문제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22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에 대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 초안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홍콩의 시위 활동 및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이 담겼다. 만약 실제로 이 법이 제정·시행될 때는 대규모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민주 인사의 홍콩 선거 참여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이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으면서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에 대한 중단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응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재평가 카드를 꺼내 들면서,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등 보복 조치를 시사한 상태다.
이날도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NBC방송에서 “중국의 입법 추진이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이어지고,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지위 또한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형편없는 제안을 재고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면서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인 제도, 그리고 시민적 자유를 존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일국양제 및 그 영토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내정 간섭으로 평가,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정 불간섭은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각 나라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중앙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홍콩의 법 제도와 집행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합법이며, 중앙 정부가 지방 행정 구역의 안보에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국제관례라는 게 왕이 국무위원이 주장한 논리다. 그는 “작년 송환법 파동 이후 홍콩의 급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폭력이 격화하고, 외부 세력이 불법 개입해 중국 국가 안보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크게 위협이 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은 잠시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홍콩에서는 최루탄과 물대포가 동원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또 벌어졌다. 수천 명의 홍콩 시위대가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 모여 홍콩보안법과 국가법 반대 집회를 연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들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 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완차이 지역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최루 스프레이 등을 쐈으며,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시위대는 이에 맞서 벽돌과 우산, 유리병 등을 던졌다. 경찰 측은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지역 상점들의 유리창을 깨거나 폐품 등을 쌓아 불을 지르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또 시위대의 공격으로 경찰 4명이 부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0여 명의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침사추이 등지에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