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인듯 맥주 아닌 맥주 같은 너?" 주류업계, 무알콜음료에 주목

입력 2020-06-02 07:00수정 2020-06-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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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지 기자 leem1029@)

맛도 색도 분명히 맥주지만 취하진 않는다. ‘맥주인 듯 맥주 아닌 맥주 같은’ 무알콜음료가 주류업계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무알콜음료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무알콜음료 시장 규모는 153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맥주 소매시장 규모가 3조3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긴 하지만, 성장세만큼은 가파르다. 6년 전인 2014년 무알콜음료 시장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81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홈술ㆍ혼술 증가와 건강을 중시하며 저도주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임신부를 포함해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무알콜음료의 성장 동력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무알콜음료 시장은 7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이처럼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음료)

가장 먼저 무알콜음료 시장에 뛰어든 것은 하이트진로음료다. 이 회사는 2012년 알코올이 발생되는 발효과정을 제외한 제조 공정을 거친 무알콜음료 ‘하이트제로 0.00’를 내놨다. 맥아와 호프를 사용해 맥주 맛은 살리고 열량은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출시 후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온 하이트제로는 지난해 약 800만 캔 판매됐는데, 이는 출시 첫해(700만 캔)와 비교하면 14.3% 증가한 수치다. 누적 판매량은 5월 기준 5400만 캔(355㎖ 기준)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국내 무알콜음료 시장에서 6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2017년 무알콜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선보이며 무알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 역시 비발효 제조공법을 사용해 알코올 함량은 0.00%다. 저칼로리(30㎉) 제품으로 맥주 본연의 맛과 향에 가깝게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 6만 상자 판매된 데 이어 2018년 8만 상자, 2019년 8만5000상자 팔리며 판매량을 점차 늘렸다. 올해는 4월까지 4만 상자 판매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2만3000상자)과 비교하면 판매 속도가 두 배 가까이 빠르다. 롯데칠성음료의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오비맥주도 ‘출격 준비’는 이미 마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음료와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든 상황에서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무알콜 제품을 출시하면 시장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지난해 무알콜음료 ‘카스제로’ 상표권을 등록한 바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표권 출시 후 제품 출시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연내에 제품 출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외에 칭따오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비어케이도 무알콜 맥주인 ‘칭따오 논알콜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콜 도수를 낮춘 소주나 위스키 같은 저도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맥주 역시 더 건강한 옵션으로 무알콜 맥주가 부상한 것”이라며 “현재는 시장이 초기 단계로 대기업 제품 위주인데, 수입 및 수제맥주 업체들까지 가세하면 앞으로 더 많은 무알콜 맥주 품목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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