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I'는 사회 곳곳에 적용돼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가깝고도 멀리 있는 인공지능. 어디서, 어떻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파를 산 김수훈(32·가명) 씨. 결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 배송되지 않았다. 배송 일정이 궁금할지만 조용한 사무실에서 전화로 물어보기는 부담스럽다. 다행히 메신저로 물어볼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간편하게 배송 일정을 확인했다. 수훈 씨는 내일 배송출발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자기 일에 집중했다.
챗봇은 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을 뜻한다. 기업으로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기업은 챗봇은 물론 '대화형 상담시스템'을 구축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챗봇, 메일, 전화 등 요소요소에서 AI 기술을 도입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한 서비스다.
◇챗봇, 언제쯤이면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을까
챗봇 서비스는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이슈 리포트(Issue Report)에 게재된 '챗봇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로드맵'을 살펴보면 챗봇은 1단계 챗봇 서비스, 2단계 지능형 비서, 3단계 감성 비서로 나뉜다. 현재는 대부분 1, 2단계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을 거치지 않고도 과태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 동영상 참고)
△1단계는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이다. 텍스트와 음성으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노출하며 학습된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만 가능하다. 단순한 형태의 대화, 검색을 통한 결과만 제공할 수 있는 것. △2단계는 텍스트, 음성은 물론이고 시각자료까지 더해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인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의 패턴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3단계는 텍스트, 음성, 시각자료, 행동인지로 정보를 노출한다. 감성인지기술이 더해져 감정 교류를 통한 서비스와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3단계야말로 고도화된 챗봇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일반 시민이 3단계 챗봇을 만날 수 있을까. IT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사람을 대체하는 3단계는 2022년 이후 구현되리라 전망했지만, 국내 전문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화형 상담시스템' 기업인 '깃플'(Gitple)의 이영수 대표는 "3단계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인자동차도 그렇지만 챗봇 역시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갈 때 비용이 많이 들어요. 10배 정도 드는 거로 추산하고 있어요. 큰 비용을 지급할 만큼 편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죠. 비용이 많아지면 그걸 감당하는 곳만 서비스를 이용할 테니까요. 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비용을 줄이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영수 대표)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우리의 일자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언택트' 시대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가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특정 상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앞다퉈 챗봇을 도입하고 있다. 챗봇으로 상품 주문을 받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자연스럽게 챗봇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나비오는 전 세계 챗봇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해 2021년 31억7000만 달러(약 3조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스타트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과 소비자에겐 편리하지만 이를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상담원들이다. 자신들이 하던 일을 챗봇이 할 수 있다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영수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AI 기술이 접목된 챗봇이나 비대면 대화 시스템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도맡고, 상담사는 인간적인 친밀감을 주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상담사의 업무가 더 고급화된다고나 할까요? 일자리가 아예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이 누구는 채팅으로 상담하려고 하지만 또 누구는 전화로 관련 내용을 문의하려고 하죠. 특히나 간단한 업무 외에 좀 더 고도화된 판단을 요구하는 상담 업무라면 사람과 대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상담을 멀티채널(옴니채널)로 이뤄지고 있죠."
◇쿠팡 컨택센터 1700명 규모…"규제 완화됐으면"
AI 기술을 접목한 챗봇 등 비대면 상담 시스템만큼이나 컨택센터도 늘어나고 있다. 컨택센터는 콜센터가 발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콜센터가 전화업무를 기반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컨택센터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2018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쿠팡의 컨택센터 규모는 1700명이다. 배달의민족은 300명, 카카오 모빌리티는 200명 규모의 컨택센터를 구축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컨택센터가 서비스의 핵심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것. 관련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것이 필수요소라는 보고도 있다. 결국, AI 기술의 발달로 상담 업무를 넘겨주게 되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진다고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비대면 상담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이영수 대표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그는 예시로 '클라우드'를 꼽았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금융권에서도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때 클라우드에 구축하면 한 달에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99만 원만 내면 됩니다. 그러면 서버 구축을 위해 3~4억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죠. 최근 핀테크 분야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런 식으로 기업만의 편익 서비스를 구축하는 곳이 늘고 있는데요. 규제가 더 완화돼 제1금융권까지 확대된다면 기업은 물론 소비자까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