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코드는 ‘도전’”…미래 먹거리로 ‘토닉워터·무알콜음료’ 꼽아
‘블랙보리’를 통해 지난해 하이트진로음료의 흑자전환을 이끈 ‘식음료업계 히트메이커’ 조운호 사장을 이투데이가 25일 만났다.
조 사장은 국내 식음료업계에서 ‘판을 바꾼 인물’로 통한다. ‘조운호’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가 만든 제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 정도다.
과거 웅진식품 시절 조 사장은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아침햇살의 경우 출시 10개월 만에 당시 국내 음료 사상 최단기간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적자 450억 원, 부채 700억 원의 웅진식품은 2년 만에 매출 2600억 원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취임 첫해, 야심작 ‘블랙보리’로 하이트진로음료 지난해 흑자전환 이끌어 = 2017년 하이트진로음료로 자리를 옮긴 그는 취임 첫해 ‘블랙보리’를 선보였다. 블랙보리는 100% 국내산 검정보리를 사용한 무색소, 무카페인, 무설탕의 보리차 음료다. 본인이 개발을 주도한 ‘하늘보리’가 장악한 보리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는 “하늘보리 출시 후 보리차 브랜드가 줄줄이 쏟아졌지만 하늘보리를 뛰어넘은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며 “‘보리차가 맛은 있지만, 돈 주고 사 먹기는 아깝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있었고, 이 때문에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블랙보리의 출시 배경을 설명한다.
고민은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농촌진흥청에서 2012년 세계 최초로 ‘검정보리’ 육종에 성공한 것을 알게 된 그는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정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을 4배 이상 함유하고, 식이섬유가 1.5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보리는 ‘검은 음료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깨고 히트상품에 올랐다. 하이트진로음료에 따르면 블랙보리는 올해 2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억 병(340ml)을 돌파했다. 국민 한 명당 블랙보리를 최소 2병씩 마신 셈이다. 블랙보리의 보리차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올라섰고, 이를 통해 2017년과 201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25억 원)에 성공했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최고 경영자가 됐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웅진 시절 보리차 ‘하늘보리’ 출시를 추진하기 위해 그룹 경영진에 시제품을 선보인 자리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 별짓을 다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물을 사 먹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도전을 즐긴다. 그는 국내에 유통되는 음료 브랜드의 90%가량이 수입 브랜드라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가 블랙보리를 만든 이유도 가장 한국적인 상품을 히트상품에 올리겠다는 소명감에서 비롯됐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미래 먹거리는 ‘토닉워터’·‘무알콜음료’ = 블랙보리에 이어 조 사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제품은 무엇일까. 조 사장은 ‘토닉워터’와 ‘무알콜음료’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토닉워터는 영국에서 처음 개발한 무색 투명한 음료로 레몬, 오렌지 껍질 등의 진액에 당분을 배합해 만든다. 주로 독한 술을 희석한 칵테일 용도로 많이 쓰인다. 국내 토닉워터 시장은 최근 5년 전부터 급성장하고 있는데 지난해 130억 원, 올해는 2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술인 소주는 예로부터 오이를 넣어 먹기도 했고, 맥주와 혼합해 소위 ‘폭탄주’로도 마신다”며 “유럽에서 도수 높은 술 때문에 만들어진 토닉을 한국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실제로 소주에 토닉을 접목한 ‘소토닉’ 문화 확산을 위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토닉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가 토닉워터에 이어 두 번째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제품은 무알콜음료다. 조 사장은 “일본의 경우 메이저 주류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무알콜제품을 일제히 출시해 시장 규모가 7000억 원에 달한다”며 “하이트제로가 선도하고 있는 국내 시장의 경우 기존에는 아는 사람만 먹는 분위기였으나, 2017년 롯데에서 클라우드 무알콜음료를 내며 임산부 등 다양한 소비자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무알콜음료 시장 규모는 15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불과 6년 전인 2014년(81억 원)에 비하면 2배가량 커진 셈이다.
조 사장은 공감적 경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트위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다른 SNS가 자랑할 것을 올리는 자기 중심적 소통이 이뤄지는 반면 트위터는 리트윗(일종의 ‘전달하기’로, 이미 게재된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것)을 통해 공감적 경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SNS 활동을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조 사장은 “이미 중독이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 그들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계속 관심 분야를 체크한다”면서 “(우리가) 가까이 가는 게 맞고, 그래서 나는 팔로어보다 ‘팔로잉’이 더 많다”고 말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20여 년을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의욕적이었고, 도전을 즐긴다. 그가 바꿀 음료 시장에 또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