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회계 전문 기구인 감리위원회가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안건들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의분식판단을 내렸던 금감원의 결정을 뒤집는 결과다.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감리위원회는 전날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안건들에 대해 고의성이 없는 '중과실' 또는 '과실'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하므로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 권고가 가능하다고 봤던 금감원의 원안보다 제재 수위를 낮춘 것이다.
감리위의 결론이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경우 KT&G로서는 검찰 수사를 피하게 된다. 한국거래소가 검찰 통보·고발된 기업에 대한 거래 정지 및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만큼 시장 조치에 대한 우려도 사라진다.
앞서 금감원은 정치권에서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2017년 11월 감리에 착수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트리삭티가 2012년 91억 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음에도 KT&G가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투입하자 부실 실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 KT&G가 트리삭티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KT&G가 인수 당시 트리삭티의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을 인수해 트리삭티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었지만, 구주주와의 숨겨진 계약에 따라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었던 만큼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금감원은 KT&G가 중동 거래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덜 쌓았다는 점도 회계처리 위반 사유로 제시했다.
감리위는 금감원의 이 같은 잠정 결론에 대해 지난 4월 첫 회의를 연 뒤 두 달여 간 심의를 진행해왔고, 전날 열린 3번째 회의에서 금감원의 감리 조치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최종 결론 지었다.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지만 고의성을 인정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제재 수위는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