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용량 배터리를 위한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의 에너지저장연구단 이민아 박사, 에너지소재연구단 홍지현 박사 공동연구팀은 기존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계 음극(-) 소재보다 전지 용량이 4배 이상 큰 실리콘 기반 음극 소재의 고질적인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최근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튬 배터리의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에너지를 4배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계 음극이 포함된 배터리는 생산 후 첫 번째 충전 시 전력저장에 사용돼야 할 리튬 이온이 20% 이상 손실돼 전체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실될 리튬을 미리 추가하는 ‘사전 리튬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제시된 리튬 분말을 이용한 방법은 폭발 위험성 및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었다. KIST 이민아-홍지현 박사 연구팀은 분말이 아닌 용액을 활용해 ‘사전 리튬화’를 위한 전처리 기술을 개발, 실리콘계 음극의 리튬 소모를 차단했다.
개발한 용액에 전극을 5분 정도 담그기만 해도 전자와 리튬이온이 음극 구조 내부로 들어가는 ‘사전 리튬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손쉬운 공정이 가능해진 것은 리튬 분말을 전극에 첨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 내부로 전처리 용액이 빠르게 침투하여 균일하게 실리콘 산화물 내부로 리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용액을 이용해 5분간 전처리를 거친 실리콘계 음극은 첫 충전 시 리튬 손실이 1% 이내로 감소하여 99%를 상회하는 높은 초기 효율을 보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한 음극을 이용해 배터리를 제작한 결과 상용 배터리 대비 25% 높은 에너지밀도(406Wh/kg → 504Wh/kg)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KIST 이민아 박사는 "전산재료과학 기법을 도입 설계한 최적의 분자구조를 활용해 용액의 온도와 처리 시간만 조절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고용량 실리콘계 음극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기존 업계의 전지 제조 설비를 활용한 양산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최근 실리콘을 전분과 함께 마치 튀기는 듯한 공정을 활용하여 실리콘계 음극이 포함된 배터리의 또 다른 문제인 충·방전을 반복하면 크게 부풀어 올라 빠르게 망가지는 현상을 해결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기후변화대응개발사업,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