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떨어진다고? 외곽지역은 신고가 행진

입력 2020-06-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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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대출 규제 ‘풍선효과’… 집값 지속 상승 여부는 미지수

"매물 자체가 없어요. 그간 저평가받은 곳이라는 인식에 수요자들이 몰리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어요. 개봉 아이파크 전용 84㎡형 시세는 이미 8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서울 구로구 개봉동 S공인 관계자)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은 시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지역 집값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고가 주택 ‘누르기’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금관구 지역과 중랑구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4곳을 모두 싹쓸이했다. 구로구가 0.23%로 가장 크게 올랐고 금천구(0.09%)와 관악구(0.09%), 중랑구(0.02%)가 뒤를 이었다. 나머지 21개 자치구는 보합 혹은 하락세를 보였다. 구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올 들어 누적 상승률이 1%를 넘어섰다. 이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92%, 0.89% 하락했다.

시장에선 대표적 서민 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외곽지역이 집값 상승률 상위권을 독차지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고가 아파트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9억·15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에다 코로나19로 고가 아파트 매입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금관구와 중랑구 내 중저가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자금출처 조사,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등으로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었다"면서 "금관구 등의 경우 그동안 워낙 저평가됐던 곳인데다 규제를 피해 9억 원 아래 중저가 아파트도 많다 보니 수요가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구로구는 가산디지털 단지나 영등포·여의도 업무지구와 가깝고, 신안산선 건설이라는 교통 호재까지 안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구로구 개봉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84㎡형은 최근 7억2300만 원에 팔렸다. 이 면적으로는 최고가 거래다. 현재 시세는 최고 8억 원까지 올랐다. 구로구 고척동 고척파크푸르지오 전용 84㎡형은 지난달 8억1800만 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8억 원대에서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6억9000만~7억6000만 원 선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일년 새 1억 원 넘게 오른 셈이다.

중랑구 망우동 한일써너스빌리젠시2단지 전용 105㎡형도 매매시세 이달 들어 처음 8억 원을 넘어섰다. 직전 거래가(2월 7억6500만 원) 대비 5000만 원 뛴 값이다. 금천구에선 작년 최고 6억4500만 원선에 거래되던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 59.817㎡형이 이달 7억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신고가 거래 사례가 늘면서 이들 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구로구는 5억5904만 원에서 5억6048만 원으로 올랐고, 금천구(5억1639만→5억1675만 원)와 중랑구(4억5366만 원 →4억5379만 원), 관악구(5억1428만→5억1519만 원) 모두 상승했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값 약세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전달 8억7379만 원에서 8억7074만 원으로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고가 주택을 규제하자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규제의 역설이 만들어 낸 현상"이라면서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풍선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외곽지역 집값이 오르면 끝물이다’는 부동산 격언 아닌 격언이 있다"며 "'금관구' 등 외곽지역 집값 상승세가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하고, 침체 시 낙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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