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대응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 중국이 미국 흔들기에 나섰다. 1단계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키로 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관리들이 자국 국유기업에 콩과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 지시에 따라 중량그룹과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는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했고, 일부 구매자는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을 취소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중국의 ‘홍콩 국가안전법(홍콩보안법)’ 제정 방침을 비판하고 홍콩에 부여해온 관세 등의 우대조치를 철회할 생각을 나타낸 것이 배경에 있다. 중국은 향후 미국의 대응을 보고 1단계 무역합의를 이어갈지 여부를 판별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지난 1월 체결한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핵심 사안인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 것은 1단계 무역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시작된 미·중 갈등은 홍콩보안법을 기점으로 신냉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수시로 해 왔다.
다만, 트럼프의 지난달 29일 연설에 대해 중국 쪽에서는 “예상보다 강경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및 비자 등의 혜택을 언제부터, 어떻게 취소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대책을 언급하지 않은 데다 시장이 최악이라고 우려했던 1단계 무역합의 파기도 입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쪽 인사는 “지금 미국에서는 폭동 문제 때문에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할 최적의 시기가 아니라고 트럼프도 판단한 것 아니냐”며 “중국으로서는 홍콩 문제 때문에 미국이 강경한 대중국 제재를 내놓지 않도록 견제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흔들려는 전술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더 구매하고 미국은 예정됐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철회 및 일부 제품에 대한 기존 관세율 인하를 골자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은 농산물, 서비스, 에너지 등에서 향후 2년간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약 245조6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합의에 따라 중국은 올해 365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은 33억5000만 달러에 그쳐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