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한국 살았으면 공무원 시험 준비했어"…한숨 쉬는 한국 스타트업

입력 2020-06-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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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3, 2, 1, 점화! 발사!"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지난달 31일 오전 4시 22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크루 드래건'의 성공적인 발사는 그 의미를 달리한다.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 그야말로 군사적 목적이나 국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도한 우주 프로젝트 시대가 끝나고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주 산업 개발이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로 이번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스페이스X는 내년 말 민간인을 태워 우주로 보내는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제 대중의 관심은 일론 머스크와 미국 실리콘 밸리로 향했다. '스페이스X' 등을 창업하며 새로운 도전으로 인류의 방향을 바꾸는 행보는 물론 그의 능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스타트업 환경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머스크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한국에 살았으면 공무원 시험 준비했을 것"이라며 국내 스타트업 환경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현실판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창업의 귀재

머스크는 24세부터 창업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신문 출판 사업자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를 창업했고, 4년 만에 2200만 달러를 주고 매각했다. 이후 미국 최대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설립했고, 2002년 15억 달러에 팔았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들었고, 하이퍼루프라는 진공 튜브형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머스크의 천재적인 모습으로 인해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유니콘 기업 214개…한국은 몇 개?

미국은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머스크뿐 아니라 거대 IT기업 창업자 역시 이 수혜를 입었다. 환경이 잘 조성된 덕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도 가장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는 436개 유니콘 기업이 있으며 그 중 미국에만 214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107개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1개로 전체 6위에 올랐다.

무엇이 미국을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을까. 스타트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첫 번째 요인이다. 컨설팅업제 PwC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내 벤처캐피털(VC) 펀딩규모는 995억 달러(한화 약 121조 원)다. VC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기 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아이디어만 좋다면 투자자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셈이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 역시 특징이다. 미국은 각종 사업규제를 완화해 신기술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다. 돈을 버는 일은 당연하다. 문제가 생기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으로 규제한다. 그전에는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법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일단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창업을 지향하는 미국 문화도 한몫한다. 미국의 한 IT 기업에서 일하는 조용민(30) 씨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데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다니다 나간다고 해도 축하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는 아쉽겠지만 일이 잘못되거나 안 맞으면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해주니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설령, 일이 잘되지 않더라도 '실패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생태계 커지는 한국, 문제는…

한국 스타트업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서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VC로부터 나오는 자금 규모도 늘어났다. 2014년에는 VC 투자액이 1조6000억 원 규모였지만 2018년은 3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올해 2조5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양적 성장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촘촘한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규제 탓에 한국을 스타트업 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느낀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올 2월 2299명을 대상으로 ‘한국은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일까?’를 주제로 설문을 한 결과 74.5%가 부정적(아니다 30.2%, 매우 아니다 44.2%)으로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의 정책적 규제'(35.9%)에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고, '기존 산업과의 충돌'(24%)이 뒤를 이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로 등장한 '타다' 역시 택시라는 기존 산업과의 충돌, 택시 면허를 사야 한다는 규제에 맞물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사업이 좌초됐을 때 겪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자 일각에서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를 비난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과 충돌할 여지가 많다"라며 "그럴 때마다 정부나 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법을 어긴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면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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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기반의 법, 과감하게 변화해야

결국, 스타트업이 더욱 자유롭게 서비스와 상품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떻게 규제를 개혁해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규정도 재정비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활동을 막는 법률은 과거 오프라인 기반일 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에 적용할 때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숙박업, 타다, 전동킥보드에서 볼 수 있듯이 업종별로 규제가 많다. 고시부터 시행령까지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특례나 예외 조항을 둬서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웅 전 대표는 타타금지법 통과 이후 “한국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한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혁신에 도전해야 하는데 사기꾼, 범죄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누가 도전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러면서 벤처 강국을 만들고 혁신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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