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H공사,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하계5단지서 스타트

입력 2020-06-04 05:2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상업시설ㆍSOC 복합단지도 계획…1100조 재원, 리츠 통해 마련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 5단지'를 시작으로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에 본격 나선다.

SH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하계 5단지를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관련 재원 마련 작업 등에 들어갔다. SH공사가 운영하는 영구임대아파트 가운데 재건축이 공식화하는 첫 사례다.

서울시는 그동안 주택 공급 방안으로 노후 임대주택에 주목했다. 주거 환경 악화나 입주민 소외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갖췄기 때문이다. 건물과 토지를 서울시나 SH공사가 갖고 있어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시는 2018년 발표한 '공공주택 8만 호 추가 공급 계획'에서 노후 임대주택을 활용해 2022년까지 신규 주택 9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론 2030년까지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등으로 7만6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SH공사와 '임대단지 중장기 활용 마스터플랜'을 준비해왔다.

SH공사 관할 영구임대주택은 1980~1990년대에 걸쳐 14개 단지, 2만여 가구가 공급됐다. 상계동 '상계마들' 아파트(1988년 준공), 하계5단지(1989년 준공)에서 시작해 줄줄이 재건축 연한이 준공 후 30년 차를 맞는다.

SH공사 관할 영구임대주택 단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지 중 하나인 하계5단지는 일찍부터 재건축 후보지로 떠올랐다. 현재 5층짜리 13동(棟)에 640가구가 입주해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단지가 오래된 데다 하계역과 5분 정도 떨어진 입지 장점을 고려해 재건축을 위한 적지(適)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용적률도 장점이다. 이웃 단지인 극동ㆍ건영ㆍ벽산아파트가 용적률 250%를 적용받아 15층까지 올렸지만 하계5단지 용적률은 103% 수준이다. 용도지역 변경 없이 법적 상한 용적률(200%)만 적용해도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 5단지' 아파트 전경. 박종화 기자. pbell@

개발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고밀도 개발을 통해 하계5단지에 2000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SH공사도 가구 수를 크게 확대해 하계5단지를 기존 임차인을 위한 임대주택은 물론 청년ㆍ신혼부부 주택과 상업시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재건축 단지를 100% 임대주택으로 구성할지, 분양주택을 섞을지는 서울시 등과 논의 중이다.

하계5단지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임차인이 옮겨살 수 있는 주택 부지를 갖췄다는 점이다. 영구임대주택은 다른 임대주택보다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임차인이 많아 재건축 과정에서 이주 대책이 중요하다. SH공사는 이주지 마련을 위해 단지 옆 중현어린이공원에 기존 임차인을 위한 주택을 짓기로 했다. 단지 바로 옆에 이주지를 마련하면 생활권 변동 없이도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SH공사는 후속 재건축 사업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1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하계5단지 재건축 사업 재원은 부동산 투자 자회사(리츠) 설립을 통해 마련한다. 리츠가 재건축을 마치면 SH공사가 이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SH공사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면 임대료를 현재보다 크게 인상할 수밖에 없지만, 매입을 통해 임대주택을 인수하면 임대료 산정 재량권이 늘어나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SH공사는 리츠 설립을 위해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출자를 요청했다.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 측은 "애초 6월 재건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세부 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 곧 재건축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며 "후속 사업이 얼마나 추진될 지는 사업 여건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계동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후 분양주택이 많이 들어온다면 주변 단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