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실업 대란에 ‘워크셰어링’이 뜬다

입력 2020-06-09 15:54수정 2020-06-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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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친 가운데 ‘워크셰어링(work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이 대량 실업 사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실업 대란이 일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워크셰어링’이 뜨고 있다. 워크셰어링은 1인당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 해고를 방지하는 것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전례 없는 워크셰어링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워크셰어링 신청 건수가 급격히 증가해 1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3.5배에 해당하며 1995년 이후 연간 사상 최대 규모다.

워크셰어링 돌풍은 이 제도가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라서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000억 달러(약 2635조1600억 원)의 경기부양책, ‘케어스법안(CARES Act)’이 통과되면서 워크셰어링이 활발해졌다. 케어스법안은 기업의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것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 임금이 감소한 근로자에게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제공하도록 했다. 근로자는 주(州)에서 실업수당을 따로 받을 수 있어 두둑한 실업수당을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당 1000달러를 받던 근로자가 워크셰어링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근무 시간을 줄여 주당 700달러를 받을 경우, 케어스법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받게 된다. 또 주에서도 실업수당을 따로 받게 되는데, 주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평균인 108달러로 가정하면 총 1408달러를 받게 된다. 로웰 테일러 카네기멜론대학 경제학 교수는 “수지 맞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다. 워크셰어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워크셰어링은 민간과 공공 영역에서 모두 붐이다. 미국 LA타임스 노조는 5월 일자리 나누기를 도입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사측은 광고 수입 감소로 경영이 악화해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었고, 마침 노조가 워크셰어링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400명 이상의 직원이 8월까지 근무 일수를 주 5일에서 4일로 하루 줄이는 대신 급여를 20% 깎기로 했다. 이로써 사측은 2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직원 80명 이상이 해고를 면했다.

미시간주도 약 3만1000명의 국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해 7월 말까지 80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예정이다. 최근 동부 버지니아주까지 워크셰어링에 합류하면서 총 28개 주로 늘어났다.

1980년대부터 워크셰어링을 실시한 유럽은 선구자 격이다.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에 따르면 4월 말까지 프랑스 1130만 명, 독일 1010만 명이 워크셰어링을 신청했다. 유럽 전역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5000만 명에 이른다.

금융위기 당시 일자리 나누기로 신속한 경제 회복을 경험한 독일은 이번에도 신청자 수가 전체 취업자의 30%에 육박하고 기업 수만 해도 70만 개를 넘어선다.

한편, 과제도 있다. 장기화할 경우 재원 고갈 및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 성장성이 높은 영역으로의 인력 이동 움직임을 늦출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워크셰어링 기간에 노동시간 단축 대상이 된 근로자들의 직업 훈련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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