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세수는 쪼그라는데, 정부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9일 내놓은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올 들어 1∼4월 정부의 국세와 기금 등 총수입은 166조3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4000억 원 줄었다. 반면 총지출은 209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 원 증가해 통합재정수지가 43조4000억 원 적자를 보였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하고 정부의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56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적자폭이 17조7000억 원(45.9%)이나 늘어난 것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세금 수입은 경기와 밀접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크게 감소했다. 기업들이 실적에 따라 내는 1∼4월 법인세는 21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3조2000억 원 덜 걷혔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5월 세수로 잡혔던 3월 신고 법인세 분납분이 4월 세수에 반영돼 감소폭이 줄어든 집계다. 부가가치세도 소비 추락으로 3조7000억 원 감소한 29조5000억 원에 그쳤다. 소득세를 포함한 전체 국세 수입은 100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8조70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정부 재정에 이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 같은 재정적자 확대로 4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가 746조3000억 원에 달해 한 달 전보다 14조7000억 원 늘었다. 2014년 이후 전월 대비로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 11조7000억 원에 이어, 2차 12조2000억 원, 3차 35조3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를 합치면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 원, 국가채무는 84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40%를 웃돌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비율 43.5%를 예상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아질 공산이 크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세수 결손의 규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의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당위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수는 계속 줄고, 재정의 경기 활성화 효과도 낮은데 나랏빚만 늘리는 재정 팽창은 문제다. 무엇보다 지금 국가채무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재정 불안이 심화하면 국가신용등급의 추락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는다. 재정 수지와 국가채무의 건전성 확보는 마지막 보루다. 엄격한 재정준칙 확립을 빨리 서두르고 이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