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S&P, 올해 마이너스 상승률·나스닥은 12% 올라…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 안착이 랠리 관건
미국증시 벤치마크 중 하나인 나스닥지수가 나 홀로 독주를 계속하면서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10일(현지시간) 이틀째 하락한 것과 달리 나스닥지수는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끝에 출범 49년 만에 1만 고지에 오르는 새로운 이정표도 세웠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5.4% 하락했고 이번 주 초 모처럼 올해 낙폭을 전부 만회하고 플러스로 돌아섰던 S&P500지수도 이틀간 빠진 끝에 다시 1.3% 하락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올해 상승 폭이 약 12%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져들었지만, 나스닥만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례 없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시장에 안전망을 제공한 것을 나스닥 랠리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다른 벤치마크가 나스닥에 비해 훨씬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이유가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가 나스닥 중추인 IT 대기업에 날개를 달았다고 풀이했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집 밖을 나가지 못해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 온라인 쇼핑과 네트워킹 구축 등 IT 서비스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대면(Untact·언택트) 서비스 보급 확대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닷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 5개사 주가는 3월 말 저점 이후 평균 45%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나스닥과 경제의 괴리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5%를 기록하고 나서 내년에 5%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가 9.3%, 내년은 6.5%였다. 경제회복이 내년에 본격화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실업 상태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올해 2월 실업률은 3.5%로,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까지 회복하기는 요원하다.
랜드 프레드릭 찰스슈왑 트레이딩·파생상품 담당 부사장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불황에 비춰 볼 때 나스닥 랠리는 현 시점에서 조금 지나친 것 같다”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시장이 너무 과열되면 투자자들은 또 다른 철수를 준비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은 “최근 증시 강세와 일일 거래량 증가는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수개월 전을 연상케 한다”며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면 랠리가 끝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비대면 산업이 일상에 안착할지가 나스닥 랠리 지속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캐피털마켓의 마크 매해니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쇼핑과 홈엔터테인먼트, 이전보다 더 흔한 인터넷을 통한 교류 등 소비자 행동 변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시나리오에서 S&P500지수가 오르는 데 구글과 페이스북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