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인종차별 철폐 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플로이드의 죽음을 헛되게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까닭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는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작품 퇴출에 앞장섰다. 워너미디어는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에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퇴출시켰다. 1939년 개봉한 이 작품은 남북전쟁 시대 미국 남부를 무대로 씩씩하게 사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명작이지만 노예제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HBO 대변인은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적 편견을 담고 있다”며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국 전역으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유통업체들도 흑인 차별 인식이 담긴 관행을 뜯어고치고 있다. 월마트는 도난 방지를 위해 뷰티 제품에 해뒀던 잠금장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헤어 및 뷰티 제품은 흑인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 그동안 유리통에 자물쇠를 채워 진열해왔다. 일부 매장에서는 잠금장치를 하지 않는 대신 매장 한 가운데에 제품을 진열했다. 상대적으로 도난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잠금조치는 흑인이 백인보다 도둑질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편견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에는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0.48달러짜리 헤어브러시를 구입하면서도 직원에게 잠금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수치스럽다고 주장했다.
월마트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매일 수만 명의 다양한 인종을 고객으로 대하는 유통업체로서 월마트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한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는 흑인 브랜드 제품을 최소 15%까지 늘릴 예정이다. 세포라는 미국에서 대략 290개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데 이 중 흑인 소유 브랜드는 9개에 불과하다.
패션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렌트더런웨이는 흑인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키우고 적절한 대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제니퍼 하이만 공동 창업자는 “패션업계가 흑인 문화에서 영감을 얻으면서도 적절한 보상을 해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도 북미 지역의 신규 직원 가운데 30%를 흑인과 라틴계로 뽑기로 했다. 앞서 나이키도 향후 4년간 고용시장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자사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1년간 미국 경찰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인종과 성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성명에서 “우리는 안면인식 기술과 관련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지지해 왔다”면서 “1년간의 유예기간에 의회가 적절한 규정을 내놓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잭 도시 트위터와 스퀘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텍사스주 노예해방기념일인 ‘6월 19일 준틴스(Juneteenth)’를 아예 회사 공휴일로 지정했다
준틴스는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조합한 단어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16대 대통령이 노예해방령에 서명하고 2년 후인 1865년 6월 19일 북군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주에서 노예해방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47개 주가 공휴일이나 기념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