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 없이 집값 안정대책을 쏟아내 왔지만, 잠시 효과를 거두는 듯하다가 얼마 안 가 약발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초강력 ‘12·16 대책’ 이후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 경고 신호를 내놨다. 홍 부총리는 11일 ‘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 지역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추가적인 시장규제 조치가 나올 것임을 예고한다.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집값은 잠시 내렸지만, 강북과 경기 지역으로 상승세가 옮아갔다. ‘풍선 효과’다. 최근에는 강남지역까지 다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주택가격 동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서울 강북의 동대문·성북·노원·강북구 등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수원·안양·용인·성남·의왕·구리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지난 2월에도 수원과 안양, 의왕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대출·전매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비규제지역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인천(3.28%)과 안산(3.97%), 군포(9.44%) 등의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발표 등의 호재가 반영됐다.
서울 강남권도 3월 이후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오르는 모습이다. 규제에 따른 급매물이 소진되고, 잠실 마이스(MICE) 산업단지와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 등 초대형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까닭이다. 철도정비창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로 한 용산에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대책도 거론된다. 20대 국회에서는 무산된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조정대상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등이다. 전셋값 상승 억제를 위한 임대차 계약 갱신권과 임대료 증액 상한선 설정(5%) 등을 규정한 법안도 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효과는 또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물경기는 계속 위축되고 있지만 장기 저금리 추세에다 막대한 규모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집값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다. 정부는 끊임없이 규제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대책의 효과는 늘 단기적이었고 더 강력한 규제로 이어지는 양상이 되풀이된다. 이는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인 수요 많은 지역의 공급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수요와 돈줄만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규제일변도 정책이 거듭된 시장불안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