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시영ㆍ상계주공6단지 등 안전진단 신청 준비… 집값 벌써 '들썩'
"안전진단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다시 동의서를 걷어야 하지만 최근 안전진단 통과 단지들이 많아지면서 희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이곳 월계시영아파트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번에는 반드시 (안전진단이) 통과가 됐으면 합니다."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에 이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까지 비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최근 잇따라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한바탕 들썩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비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하나둘씩 안전진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북지역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월계시영아파트'(미성ㆍ미륭ㆍ삼호3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받았던 동의서의 부족분만을 추가로 받을 예정이었으나 구청의 요구로 주민 10%의 동의를 다시 전부 받고 있다"며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도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 강경 기조 변화 아니냐" 추측
월계시영 뿐 아니라 인근 삼호4차도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으며, 상계동 주공6단지도 올해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접수 중이다.
안전진단 평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연기를 검토했던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도 재건축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안전진단 신청을 취소했던 8단지는 안전진단 용역업체를 바꿔 다시 시도할 방침이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고려했던 2·3·10·12단지는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1·13·14단지는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비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잇따라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거는 것은 최근 달라진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성산시영아파트와 목동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선 것은 물론 목동 5·9ㆍ11단지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월계시영아파트보다 준공이 늦은 서대문구 DMC한양아파트도 예비안전진단 D등급을 받으며 재건축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가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로 정비사업 현장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 크게 늘며 호가 '껑충'
집값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크게 늘면서 매매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성산시영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현재 호가가 11억 원대로 한달 전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목동 6단지 전용 47㎡형은 지난달 10억 원대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매물 품귀 속에 호가가 최고 13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DMC한양 전용 84㎡형도 두달 만에 가격이 1억 원 이상 오르며 7억 원 후반대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안전진단 신청에 나선다는 소식만 들려도 집값이 들썩이기 일쑤다. 상계동 주공6단지 전용 59㎡형은 지난달 말 4억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호가는 5억 원 중후반대까지 올랐다. 그나마 매물도 없는 상태다.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계동 주공6단지의 경우 인근 주공 단지들보다 재건축 추진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는 데도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에도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등 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후에는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동 T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아주 초기 단계에 불과해 사실 사업이 추진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 "개발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