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납북 일본인에 대한 가짜뉴스와 대북 전단

입력 2020-06-17 13:02수정 2020-06-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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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 씨가 6월 5일 만 87세로 사망했다. 메구미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들의 상징적인 존재였고 그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납치피해자가족회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비보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다.

메구미는 1977년 당시 13세로 중학교 1학년 재학 중 니가타(新潟)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당했다. 납치된 일본인은 현재까지 13명이 확인돼 북한의 고(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2002년 공작원에 의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일 전 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으로 결국 북일수교 문제는 암초를 만난 꼴이 돼 현재까지도 진전이 거의 없다.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외치면서 명성을 얻어 결국 총리에 취임하게 된 사실이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결의와 달리 납치문제 해결은 갈 길이 멀다.

북한 측은 일본의 요구에 대해 납치 피해자 중 생존해 있는 5명을 일본으로 보냈고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고 일본에 전했다. 메구미도 1994년 사망했다는 게 북한 측 설명이었다. 그러나 탈북자 중 메구미를 봤다는 증언이 있어 아버지와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 씨는 일본 정부를 통해 북한 측에 메구미를 돌려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다. 이에 북한 측은 메구미가 사망한 증거라며 유골인 두개골을 일본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DNA 감식 결과 메구미의 유골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 메구미가 살아 있다는 일본 측 주장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여러 정보로 북한에서의 메구미 행적이 조금씩 밝혀졌다. 메구미는 북한에서 일본어 교사가 됐으며 한국인으로 북한에 납치된 김영남 씨와 1986년 결혼을 했고 딸도 낳았다. 2014년 3월 북일 협의 결과 메구미의 딸 김혜경(=김은경) 씨와 메구미 부모는 몽골에서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정보에 의해 메구미는 김정일 전 위원장에 의해 발탁돼 현재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의 부인 고영희 씨가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북한에 있는 일본인의 사진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그 결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자신의 어머니와 닮은 메구미를 골랐다고 전해진다. 복수의 소식통은 메구미가 김정은 위원장의 가정교사였다고 말하면서 그가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런 그녀의 경력 때문이라고 한다. 메구미가 북한 ‘백두혈통’의 불편한 비밀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런 이야기를 토대로 일본에서는 메구미에 관한 가짜뉴스들을 많이 생산했다. 그중 가장 문제가 있는 것이 일본의 발명가 고 이야마 이치로(飯山一朗)가 펴낸 ‘요코타 메구미 씨와 김정은’(2012)이라는 책이다. 이야마 이치로는 발명가이지 역사가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백두혈통’에 대한 가짜정보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책에 썼다. 그 내용의 골자는 김정일 전 위원장이 메구미를 사랑했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야마 이치로는 메구미와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친모 고영희 씨와 더욱 닮았다. 한마디로 근거가 되지 않는 것을 근거로 주장한 문제가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가짜정보는 일본에 널리 알려졌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 책에서 이야마는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 씨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그의 황태자비였던 일본인 이방자 여사의 딸이라고도 서술했다. 그 근거로 이야마는 이방자와 사키에 씨의 얼굴이 너무 닮았다는 확실치 않은 이야기밖에는 적지 못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탈북작가 고영기씨의 ‘데일리 NK Japan’은 이번 탈북자단체가 북한 측에 날린 대북 전단에는 북한 주민이 전혀 모르는 김일성 패밀리의 ‘비밀들’이 많이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가 김정일 위원장과 부인 고영희 씨가 불륜관계였고 그 아이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내용이라고 ‘데일리 NK Japan’은 전했다. 2013년에는 남한의 보수단체가 북한 리설주 여사를 비방하는 선정적인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서 북한 측을 크게 자극했고 이듬해 북한의 고사포 사격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데일리 NK Japan’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비방한 대북 전단에 대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격노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말을 전략적 차원의 언질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 번째 증명이 6월 16일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측 대남 적대행위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접해 “남북관계가 더는 긴장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논평하면서 “한미일이 연대하여 북한 정세를 분석하겠다”고 언급했다. 동북아정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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