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오판' 외교안보라인 교체 목소리...흐려진 문재인 대통령 '눈과 귀'

입력 2020-06-17 15:25수정 2020-06-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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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달은 남북관계...김연철 통일부 장관 사의

(연합뉴스)

남북관계 경색 조짐이 감지되던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북한 메시지를 봐도 남북 간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가는 징후가 목격되고 있지만, 물밑 접촉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17일 강대강 대치로 파국에 치달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조차 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이 흐름을 오판했다면 판단의 근거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취합하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맡은 외교안보라인이 눈총을 받는 이유다.

남북화해 무드는 그동안 문 대통령의 1인 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취임 초 굳어 있던 남북관계를 특사 교환으로 풀어내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중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실무자급으로 공이 넘어가면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남북관계 파국의 조짐은 지난해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날 때부터 감지됐다. 우리 당국은 노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물론 미국의 속내도 모른 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판단한 셈이다.

노딜 이후 북한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줄곧 발신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되레 철도ㆍ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보건협력, 개별 관광 등을 잇달아 제안했다.

6월 들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시점에도 남한의 대응은 굼뜨기만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험한 말’을 시작한 것은 이달 4일이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이라 표현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반응이 전부였다. 이후 열흘 넘게 이어진 북한의 ‘말폭탄’에도 청와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삐라 살포를 엄단하겠다”며 북한을 달래려는 노력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삐라를 빌미로 미국을 끌어내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쏟아지는데도 우리 측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엄포는 결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군 병력 전면배치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마저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다. 결국 청와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국가안보실 뭐하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정 실장은 통상담당 외교관 출신이며, 김유근 차장은 군 출신이다. 김현종 차장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이끈 통상 전문가다. 이력만 놓고 봐도 ‘북한’과의 접점은 찾기 어렵다.

15일 있었던 문 대통령의 6ㆍ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는 연초와는 어조가 달랐다. 문 대통령은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아쉽다’도, ‘아쉬움이 크다’도 아닌 ‘아쉬움이 매우 크다’는 표현은 평소 깔끔하다 못해 건조할 지경인 문 대통령의 화법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이날은 개성공단 폭파가 있기 하루 전이었다.

북한의 무력도발까지 걱정하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17일 오전, 청와대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접했다.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 장관 혼자 책임질 일인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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