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 기관 및 금융인 유치 나서…비자 면제 등 유인책 마련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홍콩 출신 펀드매니저, 외환 딜러, 은행가 등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면제, 세금 자문, 무료 사무공간 제공 등의 우대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홍콩보안법 추진 등에 따라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새로운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콩의 자치권은 일명 ‘홍콩 반환 협정’이라 불리는 중국과 영국의 1947년 공동 선언에 따라 보장돼 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송환법과 홍콩보안법 등을 연이어 밀어붙이면서 홍콩의 자치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또한 이에 대응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 악화도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 이어 이번 홍콩보안법 이슈까지 홍콩 사회의 불안이 심화하면서 이곳에 있는 금융기관과 종사자들이 홍콩 이외의 지역으로 사업을 이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쿄를 홍콩에 필적하는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일본은 이를 틈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일본은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확보한 홍콩 내 금융기관을 유치하고자 접촉하고 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최근 사업 일부를 도쿄로 이전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일본 금융청과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산업성, 외무성, 도쿄도 등을 중심으로 신규 인센티브(유인책)를 논의하고 있다. 유인책은 이번 주 내에 작성이 끝날 예정이며, 다음 달 발표되는 연례 경제 전략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책에는 금융 전문가가 일본에 들어와 필요한 면허를 빠르게 딸 수 있도록 비자 면제 조항이 포함됐다. 도쿄도가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구상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소속 가타야마 사쓰키 참의원 의원은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숙련 인력을 위한 비자 제도의 혜택을 홍콩 금융인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홍콩에서 일본으로 이동이 한 번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득세율이 홍콩보다 높고, 고용 시스템 또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회에서 총리의 긍정적인 답변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홍콩 금융기관과 전문가 유치를 제안했고,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의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