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공업그룹 내 오너 2세가 소유한 주력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이 최근 4년간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회사는 최근 10여 년간 150억 원에 가까운 현금배당을 하며 오너 2세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일조했다.
세종공업그룹은 박세종 창업주(현 명예회장)가 1976년 세운 세종공업이 모태다. 박 명예회장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처남으로, 정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이끌던 1976년 세종공업을 설립했다. 이후 세종공업은 국내외 31개 계열사를 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작년 그룹 전체 매출은 8175억 원이며 총자산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세종공업이 그룹 정점에서 여타 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에스제이원(40.03%)과 박 명예회장의 부인 서혜숙 씨(0.74%)와 장남 박정길 총괄부회장(4.25%), 박 명예회장(2.66%), 차남 박정규 전 부회장(0%)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엮여 있다. 오너 2세에 대한 경영 승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뤄졌으며 2011년 박 총괄부회장이 아버지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2015년에는 에스제이원을 설립하고 보유 주식을 넘김으로써 ‘옥상옥’ 구조의 현 지배구조 체제를 완성했다.
세종공업그룹에서 내부거래로 논란을 빚고 있는 관계사가 세정이다. 세정은 그룹 내 주력 계열사 중 하나로 1995년 설립됐으며 자동차용 소음기(머플러) 제조를 영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박 총괄부회장(40.5%), 박 전 부회장(27.3%) 외에 세종공업(18.2%), 자사주(9%) 등으로 주주가 구성돼 있다.
세정은 2017년까지만 해도 차남 지분이 45.5%, 장남 지분이 40.5%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명예회장이 장남에게 세종공업을, 차남에게 세정을 나눠 맡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박 전 부회장이 회삿돈 100억 원을 횡령,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등의 내홍을 겪으면서 그해 차남 지분 18.2%가 세종공업으로 넘어가게 됐고, 박 총괄부회장이 세정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세정은 세종공업의 성장 흐름에 맞춰 급성장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별도 매출이 579억 원이었으나 작년에는 2559억 원에 달했다. 아울러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일감 몰아주기도 한몫을 했다. 특히 박 총괄부회장이 옥상옥 체제를 구축한 이듬해부터 내부거래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최근 10년간 세정의 내부거래 추이를 보면 2010~2014년까지는 내부거래 비율이 3~7%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이 비율은 해외 계열사는 제외한 것으로, 세종 앨라배마와 세종 조지아 등 해외 생산공장을 추가하면 내부거래 비율은 30% 전후 수준까지 올라간다. 세정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0.3%, 7억 원 수준까지 줄었다가 2016년 12.8%로 늘었고 2017년에는 21.5%, 2018년 35.2%, 2019년 44.5%로 등 매년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내부거래 최대 매출처는 세정의 자회사 이에쓰엠으로, 세정이 60%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세정은 매출 대비 흑자 규모가 적어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그치고 있지만, 전방산업의 업황과 관계없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회사가 안정적으로 거둔 이익은 현금배당 재원이 되고 있다. 세정은 최근 10여 년간 148억 원을 배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