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고 없이, 앞으로도 7~8년은 거뜬합니다.”
잇단 투자 실패로 체면을 구긴 손정의(63)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속투 의지를 밝혔다. 세간에 알려진 자신의 ‘인생계획’에선 60대에 경영권을 물려주기로 했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대가 되더라도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한 70대 남성 주주는 “손 회장은 아직 건강해서 괜찮지 않느냐.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좋겠다”고 오히려 그를 응원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와 그 원흉인 ‘비전펀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일부 주주는 야나이 다다시 같은 핵심 이사들이 줄줄이 떠나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주총은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00년 알리바바에 투자해 약 15조 엔 상당의 알리바바 주식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인연으로 손 회장은 2005년 알리바바 이사로 취임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올 1분기(1~3월)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인 1조4381억 엔의 적자 원흉인 비전펀드에 대한 책임 추궁도 있었다. 특히 미국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위워크 투자에서 난 손실의 가장 큰 책임은 내게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위워크 투자는 처음부터 임원들도 반대했다. 그런 반대를 무릅쓴 내 책임이다. 감봉당해야 할 사람은 나”라면서 인사 쪽에 “내 보수를 제로(0)로 해도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대주주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지는 게 나에 대한 최대의 벌이 된다. 투자자 여러분에게 매일 판단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자사주 매입과 부채 삭감을 목적으로 3월에 발표한 4조5000억 엔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에 관해서는 “이미 80%를 달성했고, 나머지 20%에 대해서도 계획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주주 환원 방법으로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우선시하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총 2조5000억 엔 어치의 매입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고 싶다며 이미 5000억 엔은 매수를 마쳤다고 했다.
최근 보유주식 가치는 30조 엔까지 회복했다. 3월 말 시점에는 28조 엔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때 절반으로 줄어든 자사 주가에 대해 손 회장은 “시장이 과잉 반응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