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결렬 놓고 네탓 공방…추경 등 대립 첨예화
여당 졸속입법ㆍ행정권력 독주 우려…야당 "치열하게 싸울 것"
여야는 29일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으나 오늘 오전 미래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왔다”며 “어제 많은 진전을 이뤘던 ‘가합의’라 할 수 있던 안을 통합당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1대 국회,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에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못 박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격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국회의 상생과 협치, 견제와 균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리”라며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의미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1대 국회가 여야의 반목으로 출발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정국은 차디찬 냉각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당장 다음 달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슈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공수처장은 야당 교섭단체 추천 위원 2명을 포함한 7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게 돼 있는데, 현재 국회에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통합당으로서는 대여 협상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사안인 만큼 필사적인 대결을 벌일 태세다.
뒤늦게 본궤도에 오른 3차 추경 심사 역시 강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 통합당이 ‘3차 추경안’에 대한 ‘현미경 심사’를 공언해왔던 만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은 ‘3차 추경안’에 대한 철저한 심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야당 본연의 역할에 우선 충실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상임위원회 독점이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인한 일방적 국회운영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좋지 않게 비칠 것”이라며 “정치적 승부는 늘 중도에서 결론이 났다. 중장기적으로는 민주당에 득 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상임위가 법안 처리 과정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요 입법이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경험해 본 적 없는 국회 운영이 나타날 텐데,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숙원 사업을 이 기회에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안과 정책을 독선적으로 처리할 때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