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 수출규제 대상 포함 가능성 커…"공급망 점검 필요"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초유분, 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제품 등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일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규제품목 수입 동향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 보고서에서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하면 상대적으로 수입 규모가 크고 대일 의존도가 높은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이 지난해 법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뒤 수출심사를 크게 강화한 품목이다. 현재는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나 자율준수(ICP)기업을 활용한 특별 포괄허가로만 반출할 수 있다. 수출규제 전까지 쉽고 빠르게 반·출입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약이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정한 비민감 전략물자는 주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기초 소재에 집중돼 있고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대부분 80~90%에 달한다. 지난 1년간 수출규제가 집중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에 해당한다.
특히, 보고서는 비민감 전략물자 중 일본에서 100만 달러 이상 수입하고 대일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100개 품목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틸렌 등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기초유분'의 일본 의존도는 94.8%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86.8%), 플라스틱제품(83.3%), 사진영화용 재료(89.7%) 등의 의존도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지난 1년 동안 직접 수출규제를 받은 품목들도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의존도가 각각 6%포인트, 33%포인트 감소하고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하며 직접적인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일본 업체의 해외 합작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물량을 국내에 조달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일본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JSR'의 벨기에 합작법인을 통해 약 6개월분의 생산물량을 수입한 바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수출규제 이후에도 대일 의존도가 90% 이상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규제품목에 비해 수출규제 이전부터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입 차질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애초 우려와 달리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규제품목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일본이 노렸던 국내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 전범 기업 자산 현금화 등에 반발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지난 1년의 경험을 살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